이상과 구보...탐정이 되다

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천재적인 시인으로,건축가로 ,그리고 불운하게 요절한 사람으로 그의 시 내용은 잘 몰라도 다들 `오감도`나 `날개`라는 제목은 들어봐서 친숙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인물이 바로 이상이 아닐까 싶다.솔직히 그의 시 대부분은 너무나 난해해서 친숙하게 외워지지도 않을뿐더러 그 의미도 오묘하고 복잡해서 미치 복잡한 그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것 같다.그의 본명은 김해경이라는데..왜 이상으로 불렸냐하면 그가 건축기사로 일할때 일본 사람들이 그의 성을 이씨로 오해해서 이상으로 불렀다고 한다.잘못 불린 성이 이름이 된 재미있는 경우인것 같다.그가 여러방면에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너무 일찍 요절하는 바람에 그의 모든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못한 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이책 `경성탐정 이상`은 그런 이상의 천재성과 괴팍함 그리고 영민함을 내세우고 구보라 불리운 또 다른 문인 박태원과 콤비를 이뤄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른바 홈즈와 왓슨과 같은 탐정콤비를 이루고 있다.

구인회에 들어가고 싶은 구보는 염상섭의 추천으로 간신히 합류할수 있게 되었지만 통과의례로 구인회 선배들의 시험을 거쳐야하는데 이때 같이 합류하게 된 이상과 한 미해결사건을

맡게 되고 둘이서 멋들어지게 해결하게 된다.이때부터 간간히 구인회에 맡겨진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두사람은 앞장서게 되는데..그 시절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 배경탓인지 지식인들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제법 있고 특히 `여가수의 비밀`은 그 당시 신여성이라 불리는 여의사가 사건에 휘말린 경우다.청순하고 미모를 자랑하던 한 여가수가 앨범판매율이 저조하다는 것에 절망해서 자살한 사건이 생겼는데..과연 여의사는 어떤 역활을 한것일까? 그리고 `그녀는 살아있다`에서는 고위층이자 고귀한 여성인 레이디 황 그리고 그녀를 집요하게 쫒아다니던 자가 결국에는 그녀의 목숨까지 노리게 되었는데 과연 그녀의 정체는 누구인걸까? 그리고 여러사건들속에 조금씩 관여하고 있는 류 다미치의 정체는?

이상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뛰어난 탐정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에다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서 사건의 이면 혹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이런 팩션의 특징은 일단 치밀한 사전조사가 필요한걸로 안다.우리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얼마나 그럴싸하게 꾸미느냐가 관건이기에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해야함은 물론이요 사실만을 나열하면 자칫 지루해질수 있기에  다양한 상상력을 가미하고 또 독자로 하여금 사실일수도 있겠다 하고 수긍할수 있어야 한다.이런 소설중엔 역시 `다빈치 코드`가 가장 많이 알려진것 같은데..이책 역시 그 시절 구인회로 활동했던 문인들이나 가산을 털어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데 앞장섰던 간송의 이야기,또  마치 정말 있었을것 같은 류 다미치 자작과의 목숨을 건 필생의 승부등은 사실과 허구의 적절한 조합이었던것 같다.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이상과 소심한듯 하지만 나름의 관찰력으로 이상이 놓친 부분을 짚어주는 구보..둘의 조합 역시 전형적인 탐정과 조수의 관계인듯 하면서도 실제 있었던 인물들이라 더욱 흥미롭다.시대물이지만 늘어지지않고 빠른 전개에다 우리가 잘 몰랐던 그 시절 역사의 이면을 볼수 있어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