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어

초제
츠네카와 코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항상 느낀것이지만...이 지구상에는 현실과 과거 혹은 미래의 어느 시점과 맞닿은 공간이 있는건 아닐까?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 부분과 조우하는 사람은 꿈을 꾼 듯하거나 뭐에 홀리듯한 감정을 느끼는건 아닌지..막연히 이렇게 생각할때가 있다.그래서 초자연적인 현상이란것도 사실은 과거나 미래의 사람들과 조우했던 사람들의 경험담에서 나온건 아닐지..

이 책을 쓴 츠네가와 코타로란 작가는 `야시`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다고 한다. 그 작품 역시 호러적인 면과 환상적인 면이 섞여있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으며 제 1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했다고 하니..이런 류의 소설을 쓰는 게 이 작가의 특징이자 장점인가보다.이 사람의 대표작인 `야시`를 읽지않고 나에겐 이 작품이 처음 대하는 작가의 작품이다.그래서 호기심반 기대반을 가지고 접한 결과는 그다지 호의적으로 다가오진않았다.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데..작품들이 따로인듯 어느점에서 연결되어있고 시간도 뒤섞여있어 조금 혼란스럽다.짐승의 들판속 주인공과 지붕위 성성이의 주인공은 같은 학교 친구였고 텐게의 집에서 나오는 쌍둥이가 아침의 몽롱한 마을속 주인공들과 아는 사이..뭐 이런식의 연결이기는 하나 따로 읽어도 무방한듯한 단편이다.각각의 주인공들이 환상이나 환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한 다른 세계를 보거나 조우하는건 대부분 너무 힘들거나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때인것 같다.책임감없이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서 잘 있다는 엽서만 가끔식 보내는 엄마라는 존재..그런 엄마가 어느날 다시 나타나고 소년은 자신도 몰랐던 마음속 미움이 걷잡을수 없이 커지는걸 느낀다,그리고 기억하면 안되는 금기의 장소를 기억해 내고 그 곳에서 엄마와의 관계에 매듭을 짓고 결국은 짐승으로 살아갈것을 선택한다는 짐승의 들판과 숲속에서 살아가면서 모든 종류의 약초와 독을 알게 되고 그 독을 이용해서 자신을 키우고 가르쳤던 숙부를 죽이고 어느새 말을 잃어버린 소년. 그 소년은 텐구의 아들이라 불리며 자신을 거둬준 승려 린도와 살아가면서 그의 딸인 키누요에게 연모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지만 성주의 망나니 아들로부터 그 키누요와 그녀의 딸이 잡혀가게 되고 결국 키누요는 죽임을 당하게 된다.그 소년은 죽은 키누요를 천상의 꽃이자 위험한 꽃인 오로치바나를 이용해서 다른 생물로 환생하게 한다는 풀의 꽃 이야기가  그중 인상적이었다.

사실 판타지나 환상 혹은 그 경계위에 선 이야기들을 선호하진않지만..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야시`에 대한 평이 좋아 너무 기대했었나보다.현실을 외면하고 싶거나 도피하고픈 사람들이 갖는 일종의 환상이거나 꿈 같은 이야기들 속에 그 사람이 외면하고픈 진실이 숨겨져있고 그 사람에게는 두가지의 선택이 있으니..그냥 맘속의 어둠과 진실을 인정하고 견디며 아프더라도 묵묵히 살아가거나 모른척 진실을 외면하는 비겁한 선택을 하거나...어느 선택을 하든 그 결과는 본인이 책임지는것이니 언젠가 그 진실이란 놈이 어둠속에서 내 발목을 잡을지라도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 누구도 원망하면 안될것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히 그 들판이 보이는것 같다.넓디넓은 들판, 그 끝이 안보이고 누구의 그림자도 없이 오롯이 혼자임을 느끼게 하는..추억과 조우하는곳..

표지디자인과 제목이 멋들어지게 어울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