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가족의 비밀

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일본에 부러운것들중 하나가 콘텍츠가 강한나라라는 점이다.

특히 문학과 코믹스부분은 출중한 실력을 뽐내기도 하지만 재능있는 작가의 수 역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아서 한해 출간되는 양이 어마어마하고 또 그 많은 출판물을 소화해내는것 역시 부러운 점 중 하나이다.물론 우리나라 역시 코믹스 부분과 소설 부분에 많이 선방하고 있지만 아직은 소재의 다양성 부분이나 깊이에의 탐구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보인다.이 책 `유리고코로`를 쓴 작가 누마타 마호카루는 56세에 늦깍이 신인으로 등단해서 돌풍을 일으켰다고 하니 그런 신인을 탄생시킬수 있는 환경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대단하다고 감탄해 마지않게 된다.늦게 등단했지만 높은 완성도와 탄탄한 구성으로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걸로 치면 `얼음꽃`의 작가인 아마노 세츠코와 비교될수 있을것이다.이렇게 늦다면 늦은 나이에 등단할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있으니 어찌 출판의 강국이 되지않을수 있을까?우리나라도 좀 더 분발하기를 독자의 입장에서 기대해본다.

평온하던 모든 일상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해서 걷잡을 수도 없고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주인공 료스케..약혼자가 실종되고 아버지는 폐암선고를 받고 그 보다 앞서 어머니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사망.이 모든것이 불과 몇개월만에 마치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려 정신을 못차리는 가운데 아버지 혼자 계신 집에서 봐서는 안될 비밀스런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 노트엔 이 모든것보다 더욱 큰 바람이 되어 료스케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데...거짓이나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하고 의심가는 구석이 있다.이 노트에 쓰여진 살인들이 실화라면 그가 알고 있는 모든게 뒤집어질정도의 엄청난 일이고 평범한 가족으로만 생각했던 가족의 모든걸 뒤집을 만한 일인데 이 기록은 누가 남긴것일까? 여기에서 부터 모든 의문이 시작된다.

모든것이 혼돈스러운 가운데 료스케가 연 것은 과연 판도라의 상자였을까?

살인을 고백하는 글들을 읽고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일지 아버지일지 어머니일지 고뇌하는 료스케의 심리가 잘 드러나있다.결국은 그 기록의 주인이 가족임이 분명한데 실화인지 소설인지도 불분명하지만 본능적으로 실화임을 직감하면서 잠못드는 밤을 보내는 료스케를 보면서 만약 나라면 이런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할까 생각해보게 된다.평범한 내 가족중에 살인자가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수 있을까? 다른 사람처럼 그 사람을 평가하고 꺼림찍하게 여겨 멀리하게 되지않을까? 평범한 일상에서 마치 물흐르듯이 저질러지는 살인을 보면서 잔인하거나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하나의 장난같고 연극같아서인지 살인에 대한 충격보다 그 글의 주인공이 누군지가 더 궁금한듯한 료스케..나 역시 그 비밀이 더 궁금해졌다.그리고 밝혀지는 진실들...솔직히 이 부분에선 좀 김이 샌것이 추리소설을 어느정도 읽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부분이기때문이다.그럼에도 이 소설이 재밌게 읽혀지는것은 다른사람의 비밀을 몰래 훔쳐본다는 쾌감에서 오는것일듯..가족의 숨겨진 비밀이란 뭘까?...기대하시라!! 이 작가와 `고백`을 쓴 작가를 비교해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는데 평범한 문체에 담겨진 놀라운 진실.. 이라는 부분에선 비슷한점이 있는것 같다.

살인사건보다 비밀에 더욱 관심을 가게 하는 책..다음 책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