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로렌 올리버 지음, 조우형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인간이란 존재는 원래가 하지말라는 건 더 하고싶고,가지말라고 금지하는곳에 더 가고싶게 만들어졌나보다.  그래서인지 신분의 격차가 엄연하고 남녀 유별했던 조선시대나 중세 유럽에서 신분의 차이를 넘는 애뜻하고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내려오는걸 보면 고금을 통해 막으면 막을수록 더욱 뜨거워지는게 사랑이란 놈의 속성인것 같다.

요즘이야 그날 만나 이른바 원나잇스탠드도 하고 서로 맘만 통한다면 속도에 불붙는건 물론이고 터부시 되는게 그다지 없는 세상이다 보니 쉽게 뜨거워졌다가 쉽게 끝내는 인스턴트식 사랑이 유행하는건지도 모르지만...

이런 걸 보면 안되는게 많고 속박이 많아서 만나기도 어렵다면, 그들 서로가 얼마나 애틋하고 그리웠을지 짐작이 간다.한창 나이때의 피끓는 청춘들에겐 속박과 금기라는 단어는 오히려 그들 사랑에 휘발유와 같은 작용을 한다는걸...

이 책 딜러리엄 역시 안되는 게 많고 금지시 된 게 많은 세상을 살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전쟁이후 들어선 정부는 사랑,그 치열하고 격렬한 감정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만 18세가 되면 수술을 통해 감정에 둔감해지고 평면적인 일상을 살아가도록 모든 사람에게 법으로 규정하고, 결혼조차 그들이 정해준 일련의 사람중에서 선택하도록 한다. 이를 따르지않는 사람들을 가두거나 처벌하는 건 물론이고, 그들을 치명적인 감염자로 취급하는 세상에서 엄마의 자살로 국가의 관리보호 대상으로 자라는 레나.그녀는 어서 빨리 치료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치료를 위한 전 단계인 테스트를 받던 날, 한 청년을 보게 되고 그때 맘속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릴때부터 다른사람과 달랐던 엄마가 몇번의 수술에도 완치하지못하고 결국엔 자살을 택한것이 레나의 가슴속 깊은 상처로 남아있어 언제나 키워주신 이모의 말씀에 복종하고 치료받는 것만이 옳은 길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레나에게 어느날부터 맘속 깊은곳에서 조금씩 다른 목소리가 들리고 다른 감정이 생겨나는데..

 

요즘같이 모든게 빨라진 세상에서 사랑때문에 모든것을 건다거나 하는건 한낱 웃음거리로 밖에 여겨지진 않지만 책속 세상처럼 모든걸 규제하고 심지어 자식의 수에서 듣는 음악까지 결정 되어있고 사방에 감시자가 보란듯이 다니고 통금시간까지 있는 세상이라면 책속에서처럼 자유를 갈망하고 정부에 반기를 드는 이탈자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인것 같다.그래서 정부가 내 놓은 방안이란건 사람들을 겁주고 이탈자를 감염된 사람 취급해서 서로를 미워하고 불신하게 만드는 것.

여기다 좀 더 손을 쓴다는 게 사람들 머리에 뇌수술을 해서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만드는 세상..요즘 부쩍 미래사회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몇 권을 읽어본 결과 밝은 미래라고는 찾아볼수 없다. 아마도 책 속 극적 흥미를 위해 마련한 장치이지만 모든 걸 정부가 규제하고 통제하는 세상이라는 설정은 솔직히 썩 유쾌하지가 않다.어쩌면 요즘 부쩍 많아지고 활용도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CCTV가 생각나서 더 그런건지도 모르겠다.그래서 더욱 책 속의 내용을 허구라고 웃으면서 읽을수 없는 것 같다.이미 미래의 모습과 닮은듯한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기때문이기도 하고,보안과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이 모든것들이 결국엔 서로를 감시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여지는 건 아닐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설마 책속의 암울한 미래가 현실이 되는 일은 없을거라 믿고싶다.

3부작 시리즈중 1권이라는 걸 모르고 읽어서 결말이 허무하다고 생각했는데...후속편이 있다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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