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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림자를 읽다 -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
질 비알로스키 지음, 김명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에는 자연사나 병사가 아닌...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 불행한 선택을 한 사람이 없어서
자살자의 가족이나 친지가 갖는 죄책감이나 고통을 온전하게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다만 막연히 고통스러울것이라 미루어 짐작할뿐... 그 죄책감이나 고통이 몇십년을 두고 괴로워 하는 사람도 있고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놀랍다.
흔히 말하듯이 고통은 세월과 함게 깍이고 잊혀질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아닐까...?
그런점에서 이 책은 좀 특별한것 같다.
일단 논픽션이고 사랑하는 동생이 자살하고 난 후에 겪어온 심적고통과 죄책감 그리고 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보니 역시 소설과 달리 가슴에 와닿는 느낌도 다르고 울림이 있다. 21살의 어린 여동생이 느닷없이 자살한 시점은 질이 임신 4개월로 접어들고 자신도 남편도 안정적인 상태로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때...게다가 동생 킴이 자살하기 3일전 언니인 질의 생일에 맞춰 전화를 걸어왔었고 그때 전혀 그런 낌새를 눈치채지못한것에 대한 죄책감은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혀왔다. 질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아무도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알지못했을까...? 왜 그녀를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걸까..? 생각하지말아야지 하면서도 다른일을 할때,혹은 추억이 있는 물건이나 뭔가를 떠올릴때 문득 문득 끊임없이 떠오르고 잊혀지지않아 그녀를 괴롭히고 그녀 가족들 모두가 상처를 받았다.게다가 질은 임신한 아이마저도 잃게 되고 마치 기다린듯이 괴로운 일들이 연달아 덮쳐온다.질은 동생 킴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하고 그녀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던 건지 용기를 내어 더듬어 과거의 흔적을 재구성한다.킴이 친아빠를 그리워하면서도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잊지못하고 있었고,언니들과 나이차가 많이나는 상황이라 언니들이 하나둘씩 떠나갈때 느꼈을 외로움이라든가,애인에게도 버림받는게 아닌가 늘 두려워했던점등 과거의 킴을 만나면서 조금씩 자신의 마음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현대인에게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솔직히 자살뉴스를 접할땐 예전만큼 놀랍지도 않을 정도로 많이 무뎌진것도 사실이다.그렇지만 막연하게 자살자 가족이 안됐다거나 남은 사람은 어떡하지?하는 의문이 들었을 뿐 나완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하고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 책엔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고통을 느끼며 그리워하고 마음속 깊이 죄책감을 가지는 자살자 가족의 심정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어 읽는 동안 내마음도 좀 우울해지고 먹먹해졌다.오랜시간을 그들은 `그때 내가 이렇게 했었더라면 그애가 자살하지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라는 죄책감을 마음에 짐처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아팠다. 그리고 자살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을 보는 사회적인 편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할것 같다.그들은 그렇지않아도 충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그들이 단순히 정신병적인 병력때문이나 심신이 나약해서 그런선택을 한게 아니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주변을 좀 더 관심가지고 봐야할것 같다. 누군가가 마음속에 혼자만의 고통으로 고민하고 있는지..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