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 청빈과 이익 사이, 조선 선비들의 머니 스토리
곽재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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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이라는 나라는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선비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역사를 공부하거나 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어도 거기에는 백성들의 삶보다 왕을 둘러싼 치열한 정쟁이나 노론 소론 서인 남인같이 당대에 권력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었나에 중점을 둔 게 대부분이었다.

물론 권력의 향방이나 조선 전체를 흔든 사건 사고 같은 것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당시 일반 백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사농공상이 분명해 돈을 버는 장사치와 장사를 하는 행위를 천하다 여겼던 당시에도 백성들의 삶을 조금 더 풍족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행에 옮기고자 했던 관료와 선비들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시행해 정착시키고자 했던 이런저런 행위들이 요즘의 경제 상식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놀라운 부분이었다.

이 책에는 그런 7명의 예를 들었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조선 후기의 실용 학자로 알려진 박제가나 정약용과 같은 사람들을 예로 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지함과 정도전 하륜과 같은 인물은 다소 의외였다.

특히 토정비결의 저자로 유명한 이지함의 행보... 양반집 자제로 태어나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장사에 몸소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그때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투자를 받아 유통으로 돈을 벌 뿐 아니라 모두가 부유해지기 위해 그 몫을 나눈다는 파격적인 발상을 했다는 점에서 그가 하고자 했던 부의 실천방향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려 말의 혼미한 세상에서 이성계를 내세워 조선을 건국하는 데 앞장선 정도전은 정치적으로는 이런저런 의견이 엇갈리는 인물임에 분명하지만 그가 하고자 했던 혁명 중 하나인 땅의 국유화는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그는 시장경제를 흩트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독점이라고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땅의 독점은 권력과 결탁해 많은 폐해를 나아 반드시 사라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시도가 그렇듯 대부분의 개혁적인 시도는 기득권의 격렬하고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실패하게 되었다.

만약 그들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조선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시에는 없던 지폐를 이용해 유동성을 개혁하고자 했던 하륜은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이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하게 된다.

그가 만든 지전의 단위가 너무 커 일반인들이 쉽게 사고팔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지전 자체의 크기도 소지하고 다니기엔 불편할 정도의 크기였다는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그의 시도와 뜻은 좋았지만 평생을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그저 이론으로만 생각했던 그가 가진 한계가 원인이었다.

또한 먹고사는 문제보다 도와 예를 중시하는 조선에서 우서라는 책을 써 사농공상의 평등을 주장한 유수원의 주장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오늘날에도 지적되는 문제지만 당시 조선에도 붕당의 폐해가 심각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를 그는 사농공상의 평등이라고 봤다.

벼슬을 얻어야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선비도 장사를 하든 농사를 짓든 뭘 하든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신분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이 벼슬을 얻을 수 있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 봤다.

이외에도 사람이 사람을 재산으로 삼는 걸 부당하다며 노비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유형원 역시 인권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비들이 주인을 위해서만 일을 하는 건 국가적으로도 비효율이라는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주장 역시 공감을 얻는데 실패했다는 점이 아쉽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양반이자 벼슬아치들이었기에 남들처럼 그냥 살았어도 적당한 권력과 부를 이룰 수 있었음에도 그런 편안함을 거부하고 파격적인 제안과 행보로 스스로 고난을 자초한 사람들이다.

물론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런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백성들의 삶을 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자칫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경제사를 이런저런 당시의 이야기와 더불어 무겁지 않게 다뤄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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