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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토호 - 모두가 사라진다
니이나 사토시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6년 1월
평점 :
언제부턴가 공포와 호러라는 장르물을 보면서 너무 일차원적인 수준의 공포에 익숙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TV며 유튜브 같은 걸 통해서 쉽고 편하게 잘 몰랐던 세상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나 사건 같은 걸 접하게 되고 그게 또 돈이 되다 보니 너도나도 비슷한 방송이나 채널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예전처럼 얼핏 생각하면 별로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다가도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그게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많이 안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즉각적인 것에 반응하는 요즘 세대들 입맛에 맞는 콘텐츠라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아사토호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바로 그랬다.
어린 시절 자신과 친구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쌍둥이 여동생이 있는 나쓰히
더욱 이상한 건 자신과 그날같이 있었던 친구 외에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동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보고 엄청나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읽은 책은 모든 것이 예상과 달랐다.
심지어는 호러 공포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아무리 읽어도 무섭거나 두려운 부분이 나오지 않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언제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동생을 기억하며 살아가던 나쓰히의 주변에서 또다시 한 사람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자신을 지도해 주던 교수님의 실종은 생각지도 못하게 그걸 조사하던 친구의 자살로 이어지면서 이 모든 게 하나의 모노가타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모노가타리가 바로 이 책의 제목 아사토호로 사람들 사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이걸 조사하던 사람의 실종이 지도교수 외에도 또 있었음을 밝혀내면서 사건의 진상에 가까이 가는 듯했지만 이내 충격적인 사고가 일어난다.
나쓰히라는 인물은 주변 사람의 실종과 자살 사건을 겪으면서도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냉철하고 관조적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그건 아무도 어린 시절 겪었던 그 사건으로 인함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기억 속에는 분명 존재하는 동생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은 끝내 스스로의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어 성인이 된 후의 나쓰히라는 인물은 언제나 현실과 거리를 둔 채 공허함을 안고 사는 인물이 된 것 같다.
어쩌면 이후 아사토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충격적인 진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모든 걸 무너뜨리고야 말 엄청난 비밀을 그런 나쓰히라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이 아닐 수 있고 내가 아는 게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사람의 근본을 흔드는 이런 관념은 생각하면 할수록 두렵게 만든다.
이 책 아사토호의 진짜 무서움은 바로 이런 데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이야기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일본 고전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술술 쉽게 읽히지는 않았고 단순히 공포소설로 접근하면 당혹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발상 자체의 신선함 이야기가 전하는 깊은 철학적인 내용은 음미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