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로 데이즈
루스 웨어 지음, 서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보안이 허술한 곳을 직접 찾아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수정하게 하는 보안 전문가 잭은 남편과 둘이서 활약하는 펜 테스터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철저하게 보안 관리되는 회사의 허점을 뚫고 들어가는 업무에 성공한 후 기쁜 마음으로 귀가하려다 보안과장에게 걸려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된다.
하지만 이때의 실수가 결국 그녀를 구하게 된다.
잭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중 남편인 게이브가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출입문을 강제로 연 흔적이 없을 뿐 아니라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는 점이 잭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결정적으로 살인사건이 나기 며칠 전 그녀를 수익자로 한 남편의 생명보험이 등장하면서 잭은 옴짝달싹하기 힘든 덫에 걸렸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자신의 특기를 살려 경찰서를 빠져나오면서 그녀의 도주극이 시작된다.
시작부터 강렬하면서도 도발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제로 데이즈는 작가의 전작인 헤다 브레 저택의 유령이나 우먼인 캐빈,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의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다른 작품에서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심약하거나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신경쇠약이거나 알코올중독을 가진 다소 위태롭고 무기력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이 직접 보안이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문이 닫힌 사무실의 문을 열거나 천정을 타고 오르는 등 적극적이며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졌다는 점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그녀는 사방으로 쫓아오는 경찰들의 추적을 피하면서 자신의 남편을 죽인 살인자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노력해서 마침내 범인을 찾기에 이른다.
누가 봐도 범인으로 오인하기 쉬운 상황에 돈도 없고 카드는 당연히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없어서는 안 될 휴대폰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어디로도 숨을 수 없는 처지의 그녀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마침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 제로 데이즈는 사실 범인을 찾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궁지에 몰린 그녀가 느끼는 불안감과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공포심을 누구보다 더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역시 심리 스릴러를 잘 쓰는 작가답다.
더불어 잭이 자신이 처한 위기를 하나둘씩 깨부수고 벗어나 마침내 원하는 바를 얻어 가는 모습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바깥보다 내부에서의 심리 변화를 잘 표현하는 심리 스릴러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인물이 많지 않고 오롯이 잭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