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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2월
평점 :
무섭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소재로 일상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척척 해결해 장르물에 대한 접근성을 쉽게 해주던 시리즈 중 하나인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그 작품을 쓴 작가 오카자키 다쿠마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 작품에선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자 어느새 외모지상주의로 변한 요즘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제목부터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이야기는 유명 추리소설 작가였던 이모의 유작을 출간하려는 나와 이모의 유작 소설 거울나라를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는 이른바 액자식 전개 방식이다.
이모가 남긴 유작을 출간하려던 중 편집자가 소설 속에서 어딘가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했고 그는 이를 토대로 숨긴 에피소드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조카인 나는 그 부분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유작을 읽으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모가 직접 겪은 일을 쓴 소설의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아이돌을 했을 정도로 예쁜 외모를 가졌지만 누군가의 악플을 본 이후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에서마저 불편을 겪는 여자 히비키
그녀는 기사를 쓰기 위해 조사하던 중 어릴 적 친구 사토네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역시 어릴 적 친구였던 또 다른 친구와 만나게 되면서 세 사람은 금방 의기투합하게 되고 세 사람과 히비키의 직장동료까지 넷은 함께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게임을 하던 중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또 한 명의 친구의 증언으로 인해 15년 전 사건으로 둘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화재사고가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둘의 실수가 아닐 수도 있음을...
오히려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방화사건 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사건의 진상을 캐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친구 역시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 사람 모두에게는 누구에게도 쉽게 말을 할 수 없지만 외모로 인해 사회적 편견이나 시선에 괴로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었을 뿐 아니라 한 명의 남자를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데 이 부분 또한 사건 해결과는 별개로 흥미를 끌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변해버린 우정과 외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심리묘사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까지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웠다.
게다가 처음부터 대놓고 소설 속에 숨겨진 에피소드가 있다는 걸 드러내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체적으로 잘 짜인 소설이었고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요즘 세태의 문제점을 잘 보여줬을 뿐 아니라 마지막 반전까지 흠잡을 데 없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