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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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는 작가의 기존 작품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10주년 기념작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세월의 흐름처럼 작가의 작풍이 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해지는 느낌이랄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좀 더 깊이 있는 울림을 남겼다.

기존의 작품들이 신선하고 기발한 데서 의표를 찔렀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를 드러내놓고 있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겉으로 봐선 마치 사고사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조금은 평범한듯한 이 사건은 목격자도 있어 용의자를 쉽게 지목할 수 있었다.

용의자가 학원을 운영하던 피해자에게서 공부를 배운 적이 있었던 제자였던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금방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흔적을 감춰버린 용의자로 인해 2년간이나 해결하지 못한 채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용의자인 아쿠쓰가 과거 피해자인 도가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관계라 살인의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다.

도가와는 사실 평범한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게 아니라 다소 특별한 아이들... 이를테면 학습에 장애가 있거나 학교생활에 문제를 일으켜 평범한 수업을 받기 힘든 아이들과 같은 기존의 교육체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각자 맞춤 교육으로 사회에 섞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아쿠쓰의 살인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아쿠쓰는 왜 오랜 시간이 지나서 스승을 살해했을까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사건의 진실은 포기하지 않고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를 계속한 형사와 사건 관계자의 대화를 통해서 조금씩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야기는 아쿠쓰를 쫓는 형사의 시점, 그를 도와 경찰의 추적을 피하도록 해준 여자의 시점 그리고 초등학생 둘의 시점을 통해 그들에게 보이는 아쿠쓰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작 범인인 아쿠쓰가 아닌 주변 사람들에 보여지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왜 아버지라고 여겼던 스승을 죽여야만 했는가를 추론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밤의 이정표

아쿠쓰의 범행 동기가 밝혀지는 순간 모두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참담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옳은 일을 한다는 미명 아래 저질러진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 할 수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눈물이 분노에 차거나 감정적이지않은 상태로 표현하고 있어 그들이 느끼는 비애가 더 와닿았다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깊은 여운이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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