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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평점 :
신문 한 귀퉁이에서 오래전 알았던 사람의 이름을 발견 한 이후로 여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그 사람을 기억에서 지운 채 살았었다는 걸 깨닫고 놀란다.
절대로 절대로 그녀를 잊을 일은 없을 거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는데...
여자는 자신과 함께 있었던 또 다른 친구를 찾았지만 그녀는 여자를 잊은 지 오래였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함께 했던 그 시간은 뭐였을까?
부모의 제대로 된 보호나 보살핌이 없이 방치된 채 살아왔던 한 소녀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보듬어 준 여자와 함께 자신도 모르는 새 돈과 범죄에 휘말려 들어갔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란 집은 2022년 부커 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기도 했다.
보호받지 못하는 소녀들과 돈의 조합에는 범죄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할 때 당연히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분명 나쁜 짓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들키지 않기를... 그래서 끝내는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주인공 하나는 스낵바에 다니면서 아무런 계획 없이 그때그때 기분대로 행동하는 자유분방한 엄마 밑에서 자란 외로운 아이였다.
누구도 그런 하나를 보살펴주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조차 없어 당연한 상식적인 부분마저도 서툴다.
그래서 하나는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어본 적조차 없는 외톨이였고 느닷없이 나타나 그런 하나를 챙겨주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기미코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 기미코가 보통의 사람과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달으면서 하나는 자신이 기미코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둘이서 함께했던 스낵바 레몬을 꾸려가며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했지만 그 행복도 잠시 레몬에 불이 나면서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기미코와 두 친구와 함께 하는 생활이 너무나 소중했던 하나는 다 같이 있기 위해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불행이 되어 되돌아오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불법적인 일은 큰돈이 되었고 처음으로 큰돈을 가지게 된 하나는 점점 더 돈에 집착하면서 변해가는데 슬픈 건 이 모든 일들이 처음에는 다 같이 함께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선택이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다 같이 모여살면서 한때는 웃음이 가득했던 집이 불안과 광기 가득한 집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공포스럽기보다 안타깝고 슬프게 느껴졌다.
그저 자신들의 함께 하는 집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외로운 소녀가 행복해지기 위해 범죄의 길로 걸어가 모두가 파멸해가는 과정이 쓸쓸하게 그려진 노란 집
읽으면서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동정심이 생기기도 하고...
마지막 결말이 길게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