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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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망의 완결편

끝을 맺는다는 건 왠지 시원할 듯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법... 그래서일까 형사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이 책을 읽고서 좀 슬펐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런데 이런 캐릭터를 창조해서 십여 년을 꾸준히 집필했던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문득 궁금했지만 시리즈의 완결이 출간되는 걸 미처 보지 못한 채 공동저자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돼서 좀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이번 편 테러리스트가 가장 정치적이면서도 당시 스웨덴 사회에 대해 작심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아무 잘못도 없고 사회에서 보호받아 마땅한 아이들의 꿈을 이용하고 착복해서 부자가 된 남자의 죽음이었다.

아이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음란영화를 찍으면서 엄청난 부를 쌓은 그의 죽음은 그에게 속임을 당해 인생을 망친 아이들을 구제해 주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만 낳았을 뿐이었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이용하고 속인 사람들이 더 큰 돈을 버는 부조리함은 결국 더러운 돈이라 할지라도 그 돈으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꼬집는다.

전체의 이야기 중 가장 큰 줄거리는 미국에서 온 상원 의원을 테러리스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그의 팀원들의 노력과 이 틈을 노려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고자 하는 테러리스트와의 치열한 두뇌 경쟁이지만 여기에서도 작가들은 국민들의 뜻이나 원하는 바와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이익과 원하는 것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가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정적으로 소설 속에서 이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우리에게는 막연히 사회보장이 너무나 잘 된 복지국가이자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스웨덴 복지의 모습은 책 속에 안타까운 사연으로 등장하는 미혼모인 레베카 린드의 파멸해가는 과정을 통해 그런 모든 게 허상에 가깝다는 걸 깨우쳐준다.

세상 이치에 어둡고 순수하기만 했던 레베카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가 밟아온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안타까워서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철저한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빈부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정치와 관료는 자신의 자리에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책임을 돌릴 뿐...

1970년대의 스웨덴 사회와 지금의 우리 모습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닮아있나 비교해 보면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그 답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마르틴 베크를 비롯해 서로 안 어울리면서도 수사에는 묘하게 합이 맞았던 그 팀들을 다시 못 보는 게 안타깝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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