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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 ㅣ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5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0월
평점 :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 앞에 젊고 뛰어난 미모를 가진 한 여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내 남자는 그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변화를 민감하게 눈치챈다.
이다음 전개는 당연하게도 부부 사이에 갈등은 고조되고 싸움이 난무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욕하며 분노하다 결국은 저주하면서 관계가 끝이 나거나 더 심한 경우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부부 사이의 갈등을 불러오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가 둘 중 누군가에게 또 다른 사람이 생겼을 경우인데 이 책 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는 그런 위기의 부부와 그 부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갈등에 초점을 맞춘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이다.
돈은 많지만 인색하고 신경질적이며 늘 남편을 의심하는 아내를 둔 쇼 델란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다.
그는 모든 문제를 깊이 고민하거나 마음속에 담아 두는 법이 없는 호인이지만 그런 그에게 큰 고민이 생겼다.
자신과 달리 부부 사이가 좋고 화목해 보여 늘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친구네 부부 사이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자신의 가장 절친이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동경해오던 친구 로버트 화이트 스톤이 이 마을을 방문한 어린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해온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던 친구 부부의 실상은 그의 생각과 달랐을 뿐만 친구는 아내에게 증오심을 품고 살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쇼에겐 엄청난 충격과 함께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문제는 로버트가 아내 살해 계획을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진짜로 사고로 죽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이제까지 아내의 온갖 트집과 잔소리, 그리고 신경질에도 별다른 불만을 품지 않고 살았던 쇼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고 자신의 결혼생활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면서 또 다른 불행은 시작된다.
겉으로 봐선 절대로 알 수 없는 부부 사이의 그 미묘한 신경전을 비롯해 경제권을 쥔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힘의 구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열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약자가 된 남자의 심리묘사에 탁월함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팽팽하던 신경줄이 끊어지는 계기가 된 어린 연적의 등장이 몰고 온 파장 역시 우리에겐 익숙한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단순히 남자의 외모나 재력에 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에도 그녀가 하는 행동은 우리가 익히 알고 봐온 여느 불륜녀의 모습과 달라서 그녀의 사랑을 결국에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남자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도록 촉발한 트리거였다는 걸 자각하지 못할 만큼 어리고 순진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행동 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이나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묘사가 뛰어나고 사건의 진상에 숨겨둔 트릭이 없으면서도 짜임새 있고 설득력있는 전개등... 아주 오래전에 나온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운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