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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끔찍한 남자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평점 :
총 10권의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작품인 어느 끔찍한 남자는 살인사건을 통해 당시의 사회적 비판을 담고 고발을 해오던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이번 편은 피해자를 비롯해 모든 부분에서 일반인을 배제한 채 경찰에 의한 경찰을 위한 작품이다.
그동안 시리즈 내에서도 당시 스웨덴 국가의 경찰 조직 내에서 가지고 있던 여러 부조리한 상황과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정책에 대한 불만을 주인공인 베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입으로 주장한 바 있는데 이번 편에선 그 점을 작정하고 부각시키고 있다.
일단 피해자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경찰 그것도 경찰서장이었던 사람이 병원에서 입원 중에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온통 피로 물든 병실에서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단숨에 살해당한 남자 뉘만은 상부에서는 인정받던 경찰이었지만 평소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폭력을 휘두르는 게 예사인... 그야말로 나쁜 경찰의 전형 같은 사람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베크는 그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거나 그로 인해 억울함을 겪은 민원인을 비롯해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범인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또 다른 경찰이 피격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모두의 시선은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이번 편에선 흥미롭게도 전편들에서 자주 등장했지만 주연은 아니었던 경찰들의 이야기가 많다.
이를테면 자신들의 순찰구역에서 어떻게 하든 살살 벗어나 시간을 때울 생각만 하고 귀찮은 일에 연루되기를 극도로 꺼렸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버스 안에서 벌어진 대량학살 사건을 목격했던 멍청한 두 순찰 경찰이 이번에도 근무시간에 농땡이를 치려다 오히려 범죄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또한 늘 경찰 내에서 온갖 규정을 들먹이고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면 고발을 난발해서 모두의 치를 떨게 했던 경찰 역시 이번 편에 등장해 이제까지의 그의 행동에 대한 이유가 밝혀진다.
사실 어느 끔찍한 남자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제까지의 시리즈 속 사건들보다는 복잡하거나 꼬여있지 않다.
그런 대신 단순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묵직하다.
경찰로 근무하다 전쟁이 난 후 군인이 되었고 군대에서도 팀원을 이끌다 전후 다시 경찰이 되면서 승진은 누구보다 빨랐던 뉘만은 조직에 최적화된 남자의 전형 같은 인물이었다.
강압적이고 고압적이며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한 뉘만이 어떻게 군대와 경찰 내에서는 빠른 인정을 받을 수 있었는지를 보면 당시 스웨덴의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피해자였으면서 가해자가 된 범인에게 동정심과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게 된 베크의 심리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번 편에서는 범인 찾기보다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그 동기 부분에 중점을 두었고 뉘만의 이력을 추적하면서 이제까지 같은 팀원이면서도 서로 대면 대면하거나 상대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던 팀원들이 서로를 조금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재밌었다.
역시 가독성 좋고 스토리도 탄탄했지만 이번 편은 무엇보다 스펙터클한 총격전과 작전 수행이 인상적이었다.
자신들을 향한 공격에 살아남고서야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 팀원들의 행보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이제 마지막까지 3권밖에 남지 않은 게 그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