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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죽은 밤에
아마네 료 지음, 고은하 옮김 / 모로 / 2024년 6월
평점 :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면 희망이 죽었다는 표현을 쓸까
제목에서부터 뭔가 어두운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희망이 죽은 밤에는 모든 걸 잃어버린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이 소녀들은 어떤 상황에 처했길래 이런 표현을 쓴 걸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다.
새벽의 이른 시간 순찰을 하던 경찰에 의해 사건 현장이 발각된다.
그곳에는 목을 맨 소녀의 시신과 함께 경찰을 보자 달아나려다 붙잡힌 소녀가 있었다.
붙잡힌 소녀 네가는 이내 자신이 한 짓이라 자수하고 순순히 경찰에게 연행되어 왔지만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 외엔 묵비권을 행사하는 중이어서 죽은 아이 노조미와의 관계를 비롯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범인인 소녀가 스스로 모든 잘못을 시인한 바 사건은 그대로 검찰로 송치되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본부로 발령 나서 처음 배정받은 사건이기에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던 마카베와 평소 십 대의 사건사고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는 생활안전과 소속 나카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사건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겉으로 봐선 접점이 없었을 것 같았던 두 소녀 네가와 노조미
한 사람은 학교에서 같이 할 친구도 없고 매일매일 수업 시간에 잠자기 예사일 뿐 만 아니라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가난한 아이라는 표식을 달고 다니는 것 같은 네가에 비해 첼로를 하면서 언제나 밝게 빛이 났던 부잣집 아이 노조미는 모든 게 극과 극인 아이들이었다.
게다가 주변 누구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둘은 서로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는... 드러나는 걸로 봤을 땐 완벽한 타인 같은 사이였다.
그런 두 사람이 왜 사람이 다니기도 쉽지 않은 빈집에서 그런 모습으로 발견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선 두 사람이 어떤 접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밝혀야 했기에 두 사람의 교우관계를 비롯해 주변의 평가를 들어보지만 여기서도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네가가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그 과정에서 하나둘씩 드러나는 네가의 가정 형편은 우리가 흔히 외부모 가족 그중에서도 특히 모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이고 담임을 비롯해 주변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도음의 손길을 보내는 사람이 없었다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왜 두 소녀에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된다.
겉으로 봐선 부잣집 딸로만 보이는 노조미의 경우는 그 아이가 처한 현실을 좀처럼 알 수 없었다는 걸 이해하지만 이에 반해 누가 봐도 어려운 처지에 몰린 게 뻔히 보이는 네가마저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건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선진국인 일본에서... 빈곤에 허덕여 밥을 굶고 어린 소녀가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도록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건 분명 사회 시스템의 어딘가가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는 두 아이의 부모의 처지를 보면서 한 번의 실패가 가져오는 파장의 크기가 엄청나다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데서 오는 공포가 아닐까 싶다.
한창 꿈을 꾸는 나이의 어린 소녀들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에서 보내는 시간만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는 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끝내 두 아이가 느꼈을 절망의 크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