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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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가장 기대작 중 하나인 오승호의 로스트

경찰관 100명에게 납치 몸값을 배송하게 한다는 설정부터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로스트는 그의 작품답게 페이지 수도 어마어마하다.

과연 이 많은 페이지에 무슨 이야기를 담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시작한 로스트는 역시 첫 장부터 흡인력 있게 빨아들인다.

이제까지 수많은 범죄 중에 가장 성공률이 낮은 게 납치 범죄라고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그만큼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는 범죄일 뿐 아니라 제대로 몸값을 받는데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납치극을 보여준다.

콜센터의 한창 콜 주문이 쏟아지는 시간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는 모든 걸 바꿔놨다.

자신이 콜센터 아르바이트생인 무라세 아즈사를 납치했으니 몸값 1억 엔을 준비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게다가 범인은 이 돈을 경찰 100명에게 나눠서 자신이 지시한 곳으로 오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범인은 돈에는 관심이 없을 뿐 만 아니라 마치 게임을 즐기는 듯한 태도마저 보여 사건을 담당한 형사를 비롯한 모두는 그를 이른바 쾌락범으로 생각하게 된다.

100명의 형사를 여기저기로 배치하고 자신이 지정한 시간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은 아웃시키며 하나둘씩 탈락시키는 과정이 마치 장난처럼 가볍게 느껴져 사건의 중대성을 잊어버릴 때쯤 작가는 또 하나의 폭탄을 터트린다.

아즈사가 결국 토막 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용의자로 보이는 남자 역시 검거된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발상으로 납치극을 보이고 과연 이 납치극은 어떻게 결말이 날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었는데 납치된 아즈사의 죽음이라는 다소 허무한 결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뒤의 수많은 페이지에는 아마도 죽은 아즈사와 납치범과의 어떤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경찰이 하나둘씩 그 단서를 쫓아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릴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여기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아즈사의 토막 난 시신 곁에서 검거된 용의자는 아즈사가 소속된 연예 기획사의 사장 아즈미였고 그는 자신이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 역시 아즈사를 납치한 범인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그의 주장은 하지만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곤 누구도 증명할 수 없다.

게다가 그 단 한 사람은 아즈미에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어 절대로 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 리 없는 사람이었다.

범인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아즈사를 죽인 범인은 처음부터 그녀를 노린 것일까 아니면 그가 노린 건 사장인 아즈미였을까?

나오는 인물들의 복잡한 인과관계를 비롯해 빈틈 없이 짜인 스토리는 읽는 사람조차 숨돌릴 틈 없이 몰아친다.

서로 얽혀있는 사연과 사건 전후의 교묘한 서술은 진상을 파악하기 점점 어렵게 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누가 나쁜 놈이고 누가 피해자인지조차 헷갈린다.

아마도 작가가 노린 게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과거에 지은 죄를 지금 받고 있다면 그 사람은 가해자로 볼 것인지 피해자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

한번 죄를 지은 사람이 평생을 속죄하고 산다면 그 사람의 죄는 용서받은 것인지...

무거운 소재를 특유의 필체로 도발적이면서도 강렬하고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죄와 벌 복수 그리고 속죄에 관한 이야기라는 소개 글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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