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반전에 자신 있으면 100% 속게 되는 걸작 미스터리라고 대놓고 홍보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그렇다면 나는 절대로 속지 않으리라 하는 약간은 불손한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은 플루트에 약간 당황하게 되었다.어느 부분에서 속임수가 있다는 걸까?하지만 책을 다 읽고서야 깨달은 건... 그런 걸 신경 쓰다 보면 책을 읽는 재미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일단 책은 술술 잘 읽히고 복잡하지 않은 구조로 되어있다.법대생인 기세는 한때 자신의 공부를 봐줬던 형 마카베와 우연히 재회해 술을 마시다 그의 집을 방문한 날 쓰레기통에서 협박편지를 발견한다.사귀던 연인과의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를 앞둔 그에게 결혼을 그만두라는 것하지만 어쩐 일인지 마카베는 경찰에게 알리는 걸 꺼린다.평소 정의감이 있고 부조리한 걸 싫어하는 기세는 그를 대신해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하면서 오래전 그에게 탐정 견습생의 위치로 친척 형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선배 기타미와 조우한다.그리고 그의 의뢰로 마카베의 주변을 살피던 중 그가 왜 협박편지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경찰에게 알리길 꺼려 했는지... 그가 두려워한 건 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마카베가 숨기고자 했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그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건지 협박범의 정체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제 사건 해결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순간... 하나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모든 걸 뒤집는다.그리고 드디어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마치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배경이었던 것처럼 마카베의 과거가 드러난 이후부터의 전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전력질주하기 시작한다.마치 몸속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단숨에 퍼져 어찌해볼 틈도 없이 단숨에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독처럼 그 효과는 강력하고 매혹적이다.차곡차곡 쌓아둔 스토리를 단숨에 허물어버리고 파죽지세처럼 치달아가는 결말은 잔잔하고 평탄하기까지 했던 책의 느낌마저 확 바꿔버리는 데 성공한다.다소 평이해 살짝 아쉽다고 느꼈던 마음은 결말로 가면서 채워진다.작가의 전작 세계의 끝과 시작은 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