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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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라 불리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단순히 범죄소설로 볼 수 없는 것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이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의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그야말로 선진화된 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약물 문제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각했고 빈부격차의 크나큰 차이로 고통받는 노동자 계급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두 작가는 범죄를 쫓는 경찰인 마르틴 베크와 그 팀원들을 통해 고발하고자 했고 그 의도는 적중해 모두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의 민낯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 제목 역시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등장하는 데 당시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비롯해 온갖 시위를 할 때 그들을 막아세우는 경찰들을 조롱하기 위해 사람들이 했던 구호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왜 이런 제목을 짓게 된 건지 확실히 이해가 갔다.우리말로 하면 짭새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될 듯...

말뫼의 한 호텔에서 많은 동료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사람이 총격을 당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유명한 자본가였고 사건이 벌어진 시각도 대낮의 호텔이었던 만큼 많은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어찌 된 일인지 아무도 범인을 제대로 본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단순한 사건인 만큼 금방 범인을 추적해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여기서도 어설픈 경찰들은 실수를 연발해 범인을 놓치면서 사건 해결이 요원해지기 시작한다.

죽은 피해자가 여러 나라를 오가며 사업을 해 막대한 부를 이룬 자본가라는 사실이 자칫하면 여러 나라가 얽힌 정치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있어 급하게 마르틴 베크가 차출되어 말뫼로 간다.

지금 같으면 온 도시를 비롯해 건물마다 설치된 CCTV로 인해 범인을 찾는 건 문제없겠지만 당시에는 모든 걸 경찰들이 발로 뛰어 증거를 수집하고 사람들에게서 진술을 듣고 용의자를 추려내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다.

당연하게도 경찰들의 능력도 어느 정도의 수준이 필요하지만 당시의 스웨덴에서는 경찰의 자질을 높이기보다 경찰의 수를 늘리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온갖 수준 미달의 경찰들이 모인 상황이었다는 걸 마르틴 베크와 그 팀원의 불만 섞인 말에서 알 수 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했으면 쉽게 잡을 수 있었던 범인을 한갓 으깬 감자 때문에 놓치는가 하면 누가 봐도 경찰임이 분명히 보이는 복장과 자세로 잠복을 하는 등...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마르틴 베크나 심지어 군발드 라르손 같은 사람까지 답답해서 함께 하는 걸 꺼릴 지경이다.

작가들은 그런 오합지졸들이 모인 경찰들이 하는 짓을 냉소적인 말과 통렬한 비꼼으로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범인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단서를 찾아 거의 마지막에서야 잡을 수 있었지만 단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당시 스웨덴이 안고 있던 여러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고발하고 있다.

어쩌면 작가들은 범인의 정체나 그 범인을 잡는 것보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하고자 한 주장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게 아닐까?

벌써 열 편의 시리즈 중 여섯 번째라는 게 슬슬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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