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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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사라지고 텅 빈 마을에 집을 빌려주고 입주민을 모집하는 사업이 시행된다.

우리에게도 이제 낯선 일이 아닌 지방 소멸은 언제나 그렇듯 일본에서 먼저 벌어진 현상이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인프라도 부족하며 인구마저 점점 줄어든 현실에서 지방의 청년들이 수도를 비롯한 도시로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일..

이로 인해 지방은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그나마 있던 일거리마저 사라져가 결국 수도와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은 점점 더 빈 도시가 되어간다.

물론 어떻게 하든 소멸 위기의 소도시를 구하고자 노력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추가 아닐까 싶다.

흑뢰성을 비롯해 수많은 미스터리 작품을 쓴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런 사회적 현상을 소재로 작품을 썼고 그 작품이 바로 이 책 I의 비극이다.

마지막 주민이 떠난 후 6년간 아무도 살지 않았던 도시 미노이시에서 시험적인 프로젝트가 시행된다.

빈 집을 원하는 사람에게 빌려주고 그곳에서 터를 잡을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시장이 제안했고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 소생과라는 부서를 신설한다.

이 책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곳으로 살려고 온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었으며 왜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떠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생과로 좌천되어 온 공무원 만간지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조용한 시골에서 도시에서는 할 수 없었던 취미생활... 드론을 날리고 무선통신을 하고자 하지만 이웃한 사람들과 의견 대립을 보이거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던 중 갑자기 자신을 괴롭히던 이웃집에 불이 나기도 하고 또 다른 주민은 모두 같이 먹은 음식에서 혼자서만 독버섯에 중독되는 사고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얼핏 보면 그야말로 우연이라 볼 수도 있을법한 사소한 사건들 속에서 공무원 만간지는 사건 이면의 씁쓸한 진실을 깨닫는다.

결국 시골이나 도시 그곳에 모여드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디든 가치관의 차이든 이해의 차이든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든다는 사실을 작가는 직시하고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일자리도 필요하고 병원이나 문화시설 같은 인프라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곳을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교통시설 역시 중요하지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재정이 필요하다는 걸 작가는 미노이시에 모여든 사람들이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일깨워주고 있다.

무겁고 어려운 소재임에도 작가 특유의 가벼운 필체와 사건이라 할 수도 있지만 가벼운 에피소드로도 볼 수 있도록 힘을 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가볍게 즐기면서 그들이 시골생활을 하며 직면한 문제에 공감하다 보니 어느새 막바지였고 그걸 깨달았을 때 읽으면서 느꼈던 약간의 이질감의 정체가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이 온다.

현재 소멸 도시의 온갖 문제점에 대한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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