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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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설의 모범이라고 불리는 형사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마치 실제로 경찰들이 수사를 하는 듯한 현실적인 모습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특출나게 잘 난 사람도 단박에 모든 정황을 꿰뚫어 볼 만한 능력도 없이 그저 묵묵하게 사건 현장을 관찰하고 피해자의 모든 걸 조사하면서 주변 사람들 중 목격자를 찾거나 하나의 단서를 쫓아가는...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경찰의 업무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팀들 중에서도 마르틴 베크를 비롯해 개인들의 개성적인 모습과 능력을 사건 수사에 적용하기는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팀원 전체가 합심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현실의 경찰 조사와 닮아있다.

이번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 3번째 편인데 앞의 사건도 쉽지는 않았지만 특히 이번 편에선 피해자가 어린 소녀들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 편하지않았고 그 중에서도 범인을 유추해가는 과정이 어려웠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사건이 벌어진 곳이 실내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불특정 다수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희생양이라는 점 때문에 희생자들 주변에서 특이할 만한 점이나 인과관계를 조사할 수 없어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행 장소가 모두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넓은 공원이라는 점 때문에 특히 목격자의 증언이 반드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밝은 대낮에 범행이 벌어졌음에도 누구 하나 사건을 목격한 사람은커녕 피해자인 어린 소녀가 사라지는 걸 본 사람조차 없었다.

지금과 달리 cctv도 없는 시절인 만큼 제보자의 전화 와 목격자의 존재가 간절해질 즈음 마침내 목격자의 존재가 등장하지만 하필이면 제대로 된 단어도 구사하기 어려운 세 살배기 어린 소년이었다.

이렇게 용의자의 존재가 오리무중일 즈음 문득 드는 생각이 그렇다면 제목인 발코니에 선 남자는 누굴 말하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발코니에 선 남자는 얼핏 생각하면 용의자의 모습이라 짐작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사건을 지켜본 목격자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가정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떤 존재인 걸까? 범인일까 목격자일까

사실 그 사람의 존재는 이야기 초반부에 스치듯이 나오긴 했다.

이렇듯 별 의미 없어 보이던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서로 엮이고 엮여 마침내 한 사람의 용의자를 도출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롭게 그려졌다.

범인이 누군가 하는 것보다 아무런 증거도 제대로 된 목격자도 없는 상태에서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지루하고 지난한 수사를 거쳐 어떻게 범인에게 도착하는지의 과정에 중점을 두고 그리고 있는 발코니에 선 남자

어린 소녀가 피해자라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는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경찰들의 활약에 숨죽여 읽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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