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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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경찰 소설과는 다른 맛과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로재나에 이어 그 두 번째 편인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에서는 주인공의 영역인 스웨덴이 아닌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주 배경이 된다.

주간지 기자가 취재차 머물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가족을 비롯해 직장에도 연락 한 통 없이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 남자가 주로 동유럽 문제를 주로 다루는 기자였기에 자칫하면 국가 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에 외교부에서는 이 민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가를 떠난 마르틴 베크를 소환하기에 이른다.

마르틴 베크는 혼자서 조용히 헝가리로 가 사라진 기자의 흔적을 찾기 시작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부다페스트에서의 조사가 쉬울 리 없다.

게다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어린아이나 청소년이 아닌 성인의 실종사건에는 범죄에 휩쓸렸거나 사건의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경찰의 조사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기에 헝가리 경찰은 그의 실종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실종사건을 조사하러 온 마르틴 베크의 행보에 더 관심을 두고 지켜볼 뿐...

지금처럼 도시 곳곳에 CCTV가 있거나 했다면 좀 더 쉬웠겠지만 다 큰 성인이 제 발로 호텔을 걸어나가 돌아오지 않는 이 사건은 어디서부터 조사를 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에 우리의 형사 마르틴 베크는 모든 걸 염두에 두고 기자가 처음 이곳에 도착한 이후부터의 모든 행적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발자취를 쫓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마르틴 베크에 의해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남자의 또 다른 면이 드러나면서 그의 실종은 사건화되어간다.

지금의 과학 수사와 달리 모든 걸 직접 조사하거나 발로 뛰어 일일이 관계자를 만나고 탐문하는 등... 그야말로 형사의 진짜 수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그만큼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다 보면 하나의 단서를 가지고 어떻게 수사의 영역을 넓혀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하는지 등이 너무나 잘 그려져 있어 마치 직접 진짜 형사들이 조사를 하는 걸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실종 사건의 전말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타국 경찰들과의 미묘한 신경전을 보는 재미도 좋았고 당시 헝가리의 사회적 분위기나 냉전시대의 헝가리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반전 자체를 위한 의도적인 속임수가 없이 오로지 사라진 남자를 찾기 위해 정석적으로 밟아가는 경찰 수사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내겐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어서 다음 편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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