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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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라는 책으로 익숙한 히가시가와 도쿠야

적절한 유머와 미스터리를 섞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장르소설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요즘 가장 활발한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 역시 유머와 미스터리를 섞은 건 비슷하지만 시치리 쪽이 다소 블랙 유머와 비꼬기식 웃음을 보여준다면 도쿠야의 유머는 좀 더 경쾌하고 밝다.

물론 살인사건이 나오고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등장하는 건 같지만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에서의 사건 사고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잔인한 묘사가 거의 없어 마치 연극에서의 죽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놓고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 이유로 그의 작품은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경향이 있다.

너무 가볍고 다소 뜬금없는 듯한 유머가 거슬리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그의 이런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한동안 그의 작품을 보기 힘들었었는데 오랜만에 그의 신작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번 작품 역시 그의 전작인 저택 섬에서와 마찬가지로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 이해득실이 갈리는 사람들이 모인다.

유언장 개봉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지만 이 중에 한 사람이 죽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공교롭게도 죽은 사람은 23년 만에 유산 상속을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이었고 누구도 그를 환영하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그가 죽기 전 누군가는 붉은 얼굴의 도깨비가 공중을 떠다닌 걸 목격한다.

한쪽이 거의 수직처럼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어딘지 이상한 모습을 한 저택, 그곳에서 있을 수 없는걸 목격한 사람 그리고 모두가 싫어했던 사람의 죽음...

이렇게 조건을 나열하고 보면 얼마든지 무겁고 정통의 미스터리로 갈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작가는 이런 조건을 한 사람을 투입함으로써 단숨에 가볍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로 바꿔버린다.

겉으로 봐선 어딘지 좀 부족해 보이는 탐정은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하나둘씩 사건의 진상을 향해 나가고 어느 정도 범인의 윤곽이 드러날 즈음 작가는 또 다른 살인사건을 등장시켜 분위기를 단숨에 전환시킨다.

다소 엉뚱한 듯 보이는 행동과 단서들이 차곡차곡 모여서 마침내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의 과정을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유쾌하게 그리고 있는 속임수의 섬은 작가의 데뷔 20주년 작품답게 이전까지의 작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좀 더 스케일 면에서도 그렇고 완성도면에서도 기존 작품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간만에 개연성있고 논리적이면서도 재밌는 작품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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