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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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인질로 삼아 협박한다는 생각지도 못한 천재적인 발상이 빛났던 작품 화려한 유괴는 소재의 파격성도 그렇지만 그 소재를 가지고 개연성 있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펼쳤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가 이번에도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범죄 수법을 가지고 나왔다.

사람들이 많은 긴자의 거리에서 나비 떼가 날아들고 그 나비가 이끈 곳에는 입가에 웃음을 띤 남자의 시신이 있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물론이고 왜 이런 곳에서 죽었는지 뭐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는 상태에서 또다시 기이한 죽음이 발생한다.

이번엔 아파트 단지에서 누군가가 풍선을 날리며 죽어있다.

두 청년의 죽음은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이런 죽음을 맞았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서로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건 그들이 손목에 차고 있는 성경의 한 구절이 새겨진 팔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누구이며 무슨 목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는 걸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지만 죽은 사람의 신상을 밝히는 건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런 와중에 연이어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호한 사망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모두의 관심이 모이지만 경찰 측은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다.

이로써 초반에는 경찰과의 대결에 완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탁월한 형사 도쓰가와 경부가 있는 경찰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 속 작은 곳에서 하나의 단서를 잡아 결국 그들의 본질에 이르게 되는 데 그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는 젊은 층 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감언이설로 속이고 세뇌하며 청년들을 이용하는 사이비 종교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묵시록 살인사건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옴진리교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얼마 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고 작가의 혜안에 감탄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잘못된 종교인식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묵시록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에 도심을 화려하게 비상하는 나비 떼나 알록달록한 풍선을 띄워 죽은 사람에게 인도하는 연출을 통해 밝은 이면 속에 숨은 채 어리고 순진한 우리의 청년들을 노리고 있는 어둠을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에 탁월한 연출, 우리 사회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까지... 모든 게 잘 조합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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