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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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인식 부족으로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범죄

스토킹!!

당하는 사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스토킹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 남편이었거나 전 연인이었다는 이유로 연인 간의 다툼 정도로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사람들로 인해 어디에서도 보호받기가 쉽지 않다.

피해자가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등의 문제가 나오면서 조금씩 사회에서 스토킹은 절대로 가볍게 치부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범죄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는 요즘 스토킹을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 작가 하타노 도모미가 쓴 이 책 지지 않는 달은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나 가해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관점이 아닌 두 사람 모두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실감 나게 느껴졌다.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와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는 사쿠라는 자신의 단골 고객 중 한 사람과 사귀게 된다.

유명 출판사에 근무하는 멋진 남자였던 마쓰바라는 친절하고 사쿠라에게도 정성을 다하지만 자신의 뜻을 거역하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목소리가 커지고 화를 내는 면이 있음을 사귀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게다가 사쿠라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할 뿐 아니라 휴대폰의 주소록에 있는 남자의 전화번호는 이유를 막론하고 지워버리는 등... 차츰차츰 처음 사쿠라가 반했던 모습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와 헤어지려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별 통보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백 건이 넘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마사지숍에도 집요하게 전화를 보내고 끝내 그녀 몰래 찍어 둔 나체사진을 마사지숍 게시판에 올려 직장에서도 해고당하게 만든다.

문제는 모두에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의 모습과 적정 선을 넘지 않는 그의 행동 때문에 누구도 그의 이런 행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본인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그녀를 사랑해서라 믿고 있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오히려 자신을 제지하는 사람을 자신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그의 당당한 모습은 어이없음을 넘어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서로에게 끌려 설레는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이 서서히 스토킹 피해자와 가해자로 가는 일련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지지 않는 달은 특히 스토킹 가해자인 마쓰바라의 심리 묘사가 탁월해 읽으면서 소름이 돋게 만든다.

처음에는 스토킹을 하는 마쓰바라에게 강하게 대처하지 않고 소극적인 반응을 하며 피하려고만 드는 사쿠라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꼈고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인식이 보통 사람들이 피해자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왜 강하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지 못했냐고...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대처하느냐고...

그런 시선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자꾸 움츠러들게 만들고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는 걸 사쿠라를 통해 알 수 있게 해준다.

스토킹이라는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있는 지지 않는 달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가독성도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도 제대로 부각시킨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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