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ㅣ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제목만 봐선 그림과 관련된 작품인 줄 알았다.

박물관 역시 그림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그런 의미의 박물관인 줄 알았는데 형사사건의 수사서류와 증거물을 보관하는 곳을 의미한다는 걸 알고서 책을 읽으니 훨씬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사건이 종결된 것보다 수사가 미결된 사건에 남겨진 증거와 수사서류 위주다 보니 서양의 콜드 케이스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흘러 서류와 증거물로만 남은 사건을 수사서류만 보고 사건의 진상을 찾아간다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독자에게 일부를 드러내지 않은 채 혼자서만 이랬다고 밝히는 게 아닌 모든 정황과 주요 용의자의 흔적이나 알리바이 같은 걸 다 까발려서 독자로 하여금 진범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정정당당한 승부사라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작가의 자신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소설 속 미해결 사건을 같이 풀어간다는 느낌이 좋았다.

책에는 중요한 인물이 두 명 나온다.

한 사람은 커리어 출신의 냉철하고 탁월한 지능으로 모든 사건을 단숨에 꿰뚫어볼 만큼 뛰어나지만 어딘지 사회성이 결여된 듯해서 발로 뛰어 사건을 수사하는 데는 핸디캡이 있는 미녀 관장 히이로 사에코

또 다른 한 사람은 수사 1과에 소속될 만큼 뛰어난 형사적 자질을 갖췄지만 생각지도 못한 대형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좌천되어 붉은 박물관으로 온 데라다 사토시

자신이 소속될 곳은 수사 1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토시에게 이번 발령은 굴욕적이었고 그런 만큼 반드시 성과를 올려 수사 1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그런 그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사에코는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일을 주문하지만 그녀의 지시사항을 들어주면서 차츰차츰 상관의 능력을 믿게 된다.

이렇게 얼핏 봐선 안 어울린 것 같은 두 사람은 의외로 합이 좋아 이곳으로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달아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그 과정을 담고 있는 게 붉은 박물관이다.

책 속에는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있고 그 속에 담긴 사건의 진상을 풀어가고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사건이 치밀하면서도 정교하게 맞물려 있을 뿐 아니라 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에도 어색한 부분이 없다.

여기에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까지...

한마디로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을 준달까...

여러 에피소드중 복수 일기는 얼핏 봤을 때 용의자의 헌신이라는 작품이 연상되기도 한다.

불길에서는 완벽한 복수를 꿈꾼 여인의 집념이 느껴졌고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교환 살인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에다 권선징악적인 결말 부분이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줬다.

어느 한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을 뿐 아니라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두 콤비가 서로를 보완하며 보여주는 파트너십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게다가 뭔가 사연있는 듯한 설녀 사에코까지...

아무래도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