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나의 집
오노 후유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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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를 비롯해 시귀 그리고 흑사의 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쓰는 오노 후유미작가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시귀다.

죽은 사람이 돌아와서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온다는 것도 무서웠지만 그 저변에 깔려있는 시사 즉 좁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오랜 관습과 편견, 외부인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집단의 무지가 가하는 폭력성 등을 고발하는 것 역시 좋아서 한동안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은 기억이 난다.

작가가 그리는 공포 호러물에는 단순히 뭔가 무서운 걸 등장시켜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주는 그 자체보다 그 공포 밑에 깔린 뭔가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 읽다 보면 슬픔이나 외로움 혹은 아픔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책 녹색의 나의 집도 그렇다.

가장 편안해야 하고 안락함을 느껴야 하는 집에서 뭔가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면 다른 장소에서 느끼는 두려움보다 그 감정이 배가 될 것이다.

게다가 가족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그 두려움의 크기가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인 히로시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그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어쩔 수 없이 독립을 선택했다.

독립이라고 말하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 새엄마의 무신경한 합가로 이미 많은 상처를 받은 히로시의 입장에선 그들과 함께 살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독립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쫓겨난 것이나 진배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집이 필요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한 집이 들어서는 입구부터 왠지 모를 불쾌감과 불운한 기운을 느꼈으면서도 물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히로시의 예감은 틀리지 않아 이사한 첫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누군가 보내오는 우편물... 우편함 속에 담겨있던 잘린 고양이의 머리... 매일 끔찍한 낙서를 하는 이상한 어린아이... 그리고 매일매일 걸려오는 전화까지...

누가 봐도 이 집에서 더 이상 버티는 건 힘든 상황이지만 돌아갈 집이 없는 히로시로서는 물러설 수 없었고 마치 그걸 알고 있는 것처럼 그의 주변에서 매일매일 이상한 일의 연속적으로 벌어지다 누군가가 죽는 상황까지 오고 만다.

이사 온 집에서 겪는 이상한 일과 사람이 아닌 것의 출현은 사실 흔한 소재지만 작가는 주인공이 겪는 공포스러운 상황에다 주인공이 왜 이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에게서 원인을 찾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사실 히로시에게는 처음부터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오래전 친구를 다시 만났지만 그와의 기억이 대부분 삭제된 것 같이 기억이 지워졌다거나 특정 시기에 대한 기억이 전부 사라져있다는 부분에서 그에게 뭔가 말 못 할 비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가 가진 비밀에다 이 집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을 엮어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아슬아슬한 공포와 긴장감과는 별개로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함께 슬픔을 느끼게 만들었다.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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