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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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모의 방임으로 인해 제대로 교육을 받기는커녕 주민등록상에도 등재되지 못한 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부모의 무지나 방임 혹은 그 밖의 사정으로 호적에 오르지 못한 채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의 존재가 드러났었다.

이 책 그림자 인간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도쿄대 법대를 졸업해서인지 이런저런 이유로 호적이 없는 무호적자가 사회에 나가면 어떤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지 그런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는지 등 법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사유를 들어 그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어린 딸아이를 둔 경찰관 리호코는 우연히 한 사건을 맡으면서 무호적자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한 여자가 헤어지자는 연인의 집 앞에서 연인을 칼로 찌른 이 사건의 용의자는 이름도 주소도 아무것도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진짜 나이조차 알 수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다.

게다가 처음에는 범행을 인정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 용의자를 더 붙잡아 둘 수 없어 그녀를 풀어주다 우연히 그녀가 실제로 살고 있는 곳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게 된 무호적자의 존재는 리호코로 하여금 오래전 자신이 경찰관이 되게 한 하나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그곳에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호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놓은 공동체였고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면서 자신들이 사는 곳을 이른바 유토피아라 칭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제대로 된 환경이 아닌 곳에서 사는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게 된 리호코는 그들이 호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주는 등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하지만 좀처럼 타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오래전 한때 어린 남매를 새와 함께 가둬두고 제대로 먹이지 않고 보살피지도 않아서 일본 국민을 충격에 빠드렸던 새장 사건의 피해자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 채 끝내 남매와 범인을 찾을 수 없었던 미제 사건이 있었는데 유토피아의 남매가 그들과 묘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다.

문제는 남매가 모든 조사를 거부한다는 것

그렇다면 당시 사건을 재수사해 그들이 당시 사라졌던 새장 사건의 피해자라는 걸 입증해야 하는 리호코는 적극적으로 그들 곁으로 다가가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서 정당한 대접을 받기보다는 피해를 입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선뜻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비좁고 초라한 공간을 유토피아라 부르며 자신들의 천국이라 칭하는 그들을 보면서 좀 더 밝은 세상에서 떳떳하게 생활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사회인이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리호코와 그들 사이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밝혀지는 진실로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된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무호적자라는... 존재하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 인간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와 우리로 하여금 사회의 관심 밖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환기시키고 있는 그림자 인간 소재도 흥미롭지만 살인미수 사건의 미스터리로 시작해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충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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