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제목에서 대놓고 유령의 존재를 드러낸 것처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의 이전 작품인 13계단이나 그레이브 디거 혹은 제노사이드와는 결이 다르고 K.N의 비극과는 조금 비슷하단 지...

그렇다고 대놓고 유령에 관한 혹은 유령이라는 존재가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건 아니고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답게 유령과 사회적 문제를 결부시킨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주간지 기자였다 월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는 마쓰다 노리오에게 심령 특집 기사건이 배당되고 기삿거리를 찾던 중 도쿄의 한 역에서 우연히 찍힌 한 여성의 심령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역에서 최근 의심스러운 사건이 몇 건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조사하다 1년 전 이 역에서 한 여성이 살해된 사건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윤락녀임이 밝혀지고 범인 또한 야쿠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더 이상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녀의 진짜 이름이나 누군가 그녀를 찾을수도 있다는 건 고려조차 되지않는다.

단지 그녀가 윤락녀라는 이유만으로...

심령사진 속 그녀가 살해된 여자임을 직감하면서 마쓰다는 그녀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지만 누구도 그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었을 뿐 아니라 진짜 이름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겨야만 했던 그녀만의 이유가 있었을 게 아닐까 짐작만 할 뿐...

더군다나 그녀가 사망했을 시간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마쓰다에게 묘령의 전화가 걸려와 여자의 신음 소리만 들려오면서 이제까지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마쓰다의 생각이 바뀌게 된다.

그는 2년 전 떠난 사랑하는 아내와의 이별을 잊지 못하고 있는 아픈 사연이 있었기에 죽은 후 누구도 찾지 않는 희생자를 더욱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녀에게도 그녀를 찾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취재를 떠나 반드시 그녀의 진짜 이름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결되고 그의 이런 집념이 결국 커다른 음모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그녀의 이름을 찾아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범인을 찾는 것과 별도로 희생자인 그녀를 추적하면서 알게 된 사연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에게 연민과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진짜 신분을 찾는 과정과 그 과정속에서 의지할 곳 없는 그녀를 이용해 원하는 걸 얻고자 했던 폭력단과 정치인의 추악한 결탁이 드러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고 단 한 번도 진짜 웃음을 지을 수 없었던 그녀...

그녀의 삶을 하나둘씩 찾아낼수록 짙은 허무와 쓸쓸함을 안겨준다.

인간이 아닌 존재면서 누군가에게 공포나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오히려 연민을 느끼게 했던 건널목의 그녀는 드디어 평안함 속에 잠들었을까?

어쩌면 유령이라는 존재를 빼면 희생자의 사연이 현실에서도 있을법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