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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하인드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6월
평점 :
자기의 이름을 걸고 의견을 개시한다면 주변 상황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익명성을 보장하는 게시판이 많다.
그래서일까 익명성이라는 것의 뒤에 숨에 평소라면 할 수 없었을 말을 자유롭게 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대부분 욕설이나 인격 비하하는 말 혹은 책임지지 못할 유언비어 같은 걸 예사로 한다.
마치 배설하는 것처럼...
인터넷의 댓글로 인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이 여럿 나온 후에야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의견을 개시하는 것처럼 하면서 누군가의 욕을 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하는 사람은 여전하다.
만약 그런 커뮤니티가 한정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 댓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입는 대미지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 더 비하인드는 그런 내용을 소재로 삼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인 오 과장은 어느 날 자신이 무심코 한 행동을 문제 삼는 사내 게시판을 보게 된다.
무심코 사내 카페에서 우유 한 갑을 집으로 가져갔던 그날의 행동이 이런 문제를 불러올지 알았더라면 그는 과연 그런 일을 했을까?
게다가 상대방은 오 과장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일을 숨기고 싶다면 자신의 말을 들으라고... 자신이 지시한 일을 따르라는 상대의 말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면서 그날부터 악몽은 시작되었다.
처음 게시판에 그 글이 올라왔을 때 민망하지만 자신이 한 짓임을 밝히고 사과를 했더라면 이 일은 다른 양상을 띄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상대방 역시 만만치 않아 오 과장이 자신임을 밝힐 시간을 주지 않는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게시판에서 사람들을 선동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죄를 밝힐 기회조차 주지 않음은 물론이고 모두의 예상대로 요구사항의 수위는 갈수록 점점 높아져만 간다.
사람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가족과의 시간보다 더 길기에 동료는 동지나 다름없다.
그런 동료 중 얼굴을 숨긴 누군가가 나의 실수를 빌미로 삼아 협박을 일삼는 걸로 부족해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온다면 얼마나 숨이 막히고 두려울까
그야말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도의 두려움 상태를 책에서는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단 소설 자체가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지 않아 어렵거나 막힘이 없어 술술 읽힌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범인이 누구일까? 누가 같은 동료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붙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등장인물 면면을 살펴봤지만 범인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다.
요즘 가장 문제 될 수 있는 소재로 가독성을 놓여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