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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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에 단골로 거론되는 작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

나 같은 경우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어보진 않았는데 가독성 좋고 쉽게 읽히는 책만 읽던 나에게 작가의 작품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일단 장편이 아니라 부담감이 적다는 점도 그렇고 탈출과 복수에 관한 4가지 가족 잔혹극이라는 설명이 관심을 끌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긴장감을 느꼈고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가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것이 사건이 구체적으로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몇 줄의 문장만으로 이렇게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왜 작가를 에드거 앨런 포에 비견하는지 십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책 속에는 4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그중 책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작품인 카디프, 바이 더 시는 어느 날 자신에게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할머니로부터 유산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유산상속을 위해 카디프로 가는 여자는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다소 이상한듯한 이모할머니들을 만나게 되지만 무엇보다 궁금했던 친부모에 관한 이야기는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왠지 그 화제에 대해서만은 피하는 듯한 할머니들의 태도에 의문을 갖고 변호사를 만나지만 그 역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고 신문을 확인하라는 말만 전해 듣는다.

마침내 알게 된 진실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사건에 대해 알려고 하면 할수록 진실이 은폐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진짜는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녀는 환상을 보고 모두를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녀가 믿는 진실은 진짜일까?

두 번째 에피소드와 네 번째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상황임에 분명하지만 가족 내에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과 사춘기에 접어들어 급격한 신체적 변화를 맞은 소녀의 불안정한 심리에 대한 묘사가 와닿았다.

아빠로부터 버려졌다는 상실감을 들고양이를 돌보면서 위로를 받았던 소녀는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또 다른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재혼한 가족에서 가끔씩 벌어지는 성폭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두 번째 에피소드는 왜 이런 상황일 때 아이들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지 왜 혼자서 모든 걸 감수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의문의 답을 주고 있다.

소녀 역시 아빠로부터 버림받은 충격에 모든 힘을 잃었던 엄마에게 또다시 상처를 줄 수 없어 모든 걸 혼자 감당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크게 와닿았다.

네 번째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아빠 혹은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 혼자서 비밀을 숨기려는 아이들의 심리를 작가는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나 일상적인 표현으로 그 반전을 드러내 그 대비의 차가 더욱 충격적으로 느끼게 했다.

4편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타인과의 교류가 단절되어 있다시피 고립되어있어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그랬다.

똑똑하고 영리하지만 대학이라는 낯선곳에 온 그녀...

사교적이지 못해 아무와도 교류가 없었던 그녀를 눈여겨 본 남자는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순진했던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었다.

결국 그녀에게 돌아온 현실은 지극히 차갑고 냉정하리만치 비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외부와 단절되다시피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력에 노출된 여자들이 느끼는 극심한 공포와 긴장감은 왜 여자들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줄 뿐 아니라 어디에도 말할 수 없어 혼자만 고민하는 모습에서 그녀들의 절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들이 느끼는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음에도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했으며 여기에다 환상과 초자연적인 요소까지 섞어놓아 마치 어셔가의 몰락을 볼 때의 그 느낌... 뭔지 모르겠지만 어딘지 공포스럽고 왜 그런지 몰라도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가독성이 좋아 작가의 작품을 어렵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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