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만약 죽은 후에 누군가를 볼 수 있는 한 번의 기회를 준다면 누굴 가장 보고 싶어 할까

이런 명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이 책 작별의 건너편은 요즘 일본 소설의 전형적인 체루 소설이다.

죽음 이후에 누군가를 볼 수 있다면 대부분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은 당연한데 그 만남을 단 하루 24시간으로 제한해놨으니 얼마나 더 안타깝고 가슴 절절하게 애탈까

그 안타깝고 애타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면서도 나름의 절제를 잘 한다면... 그런 책이야말로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책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어린 아들과 남편을 남겨두고 온 젊은 주부인 만큼 죽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아들과의 하룻밤을 보내면서 하고 싶었던 말과 사랑을 전하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랜 세월 서로의 뜻이 달라 소원하게 지냈던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누군가를 만날 순 있지만 시간을 단 하루로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핸디캡을 두고 있다.

바로 만날 볼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몰라야 한다는 설정...

아마도 기존의 이런 비슷한 설정의 작품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런 핸디캡을 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런 핸디캡의 조건에 가장 잘 어울렸던 만남이 바로 두 번째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

오랜 세월 칠기 장인으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대를 이어 칠기 장인이 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던 아들

아들은 늘 손톱 밑과 손끝이 거멓게 물들인 아버지의 손이 부끄러웠고 아버지는 말주변이 없어 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전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반목하다 끝내 아들이 집을 나와버렸고 결국 화해하지 못한 채 아들은 죽어버렸다.

내내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던 아들은 죽어서라도 다시 보기를 거부하지만 안내인의 유도에 따라 치매에 걸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은 누구라도 눈물짓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만약 내가 죽었고 누군가를 볼 수 있는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과연 누굴 보고 싶어 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마도 나 역시 내 가족이 가장 많이 보고 싶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내 딸아이를 멀리서나마 한 번 더 보고 싶고 잠든 딸 머리맡에서 밤새도록 얼굴을 들여다볼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첫 번째 에피소드의 젊은 주부의 심정 역시 이해가 갔다.

어린 아들이 커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싶고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싶고 지켜주고도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닐까?

각각의 에피소드 5편으로 이뤄져 있지만 내가 본 건 가제본 상태로 3편만이 수록되어 있는 데 각각의 죽음의 사연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죽음 이후의 만나고 싶은 대상 역시 각각이다.

그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고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마침내 속세에서의 연을 정리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항상 최선을 다해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한다.

다소 뻔하고 진부한 설정임엔 분명하지만 읽으면서 마음 한쪽이 먹먹해졌다.

가정의 달인 지금 읽기에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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