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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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자신과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해한 범인이거나 용의선상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물론 아주 오래전에도 배우자의 재산을 탐내서 혹은 다른 사람과의 사랑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긴 했지만 요즘처럼 그게 마치 공식처럼 되다시피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각박하게 느껴진다.

이런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듯 심리 스릴러나 도매스틱 스릴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런 소재를 다룬 스릴러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배우자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생각만 해도 섬뜩한 가정이지만 그래서 더 스릴러의 소재로 제격이 아닐까 싶다.

이 책 가위바위보 역시 등장인물은 부부와 또 다른 한 사람 외에 거의 나오지 않다시피하고 오롯이 부부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다.

애덤과 어밀리아 부부는 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왔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서로에게 뭔가 비밀을 숨긴 두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듯한 곳으로 마을과 떨어져 외지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래된 수도원이었다.

그들이 기대한 곳이 아니라는 걸 도착하자마자 알게 됐지만 악천후로 기상마저 그들을 돕지 않아 엄청난 눈이 쌓여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게다가 이렇게 추운 곳에서 정전까지 발생해 그야말로 어디로도 갈수 없는 완벽한 밀실 상황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의 속마음을 숨긴 채 낯선 수도원에서 하룻밤을 지내지만 그곳은 마을 사람들에게 악명을 떨칠 만큼 어딘가 섬뜩하고 기분 나쁜 구석이 있었고 누군가가 이런 부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오래전부터 이 두 사람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두 사람에게 악의와 증오를 품고 있음이 서서히 드러나지만 뚜렷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분명 뭔가 강력한 한방을 날릴 것 같은 찬스에도 그저 악의만 표출할 뿐이고 부부 역시 서로를 의심스러워하고 못 견뎌하면서도 행동을 취하지 않는 상태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 없이 그저 분위기만으로 뭔가 있음을 보여주고 차곡차곡 긴장감을 쌓아가는 심리 스릴러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는 가위바위보는 초반부터 부부가 서로에게 숨기고 있는 강력한 비밀이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좀체 그 비밀이 뭔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그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는 걸 암시만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 쌓일 대로 쌓인 순간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 모두를 집어삼키고 이야기는 급전환된다.

여기에 작가는 남편인 애덤이 다른 사람의 얼굴뿐 아니라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이라는 걸 결정적인 포인트로 활용해 독자로 하여금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뻔할 거라 생각했던 결말에 또 다른 반전을 숨겨둬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가독성 좋고 뒤로 갈수록 점점 빨라지는 속도감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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