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되찾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푸릇푸릇 한 표지에서 주는 인상과 여름방학을 되찾기 위한 초등학생의 노력이라는 설명만 보고 왠지 성장소설이나 그런 비슷한 힐링 물이라고 생각했다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여름방학이라도 학원에 가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투덜대던 아이들은 이내 자신들 스스로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되찾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택한 방법은 하나둘씩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스스로 모습을 감추는 것

실종된 2~3일 후 모습을 드러내는 방법을 통해 큰 희생 없이 자신들의 주장에 어른들의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까진 좋았지만 이런 연이은 실종은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가십 전문지의 신입기자 사루와타리는 프리랜서 기자인 사사키와 함께 문제의 학생들이 사는 아파트로 온다.

한두 번의 실종사건은 처음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어른들에게 자신들의 힘듦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파업 같은 걸로 생각했고 이왕이면 그럴듯하게 실종되기 위해 온갖 트릭을 연구하고 이를 실행한 것처럼 보였다.

수업 중 눈앞에서 아이가 실종된다거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보란 듯이 사라지는 등... 웬만한 어른들은 해결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그 트릭을 밝혀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고 그 에피소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었다.

하지만 실종이 거듭되면서 처음의 이런 느낌은 사라지고 아이들의 행동에는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단순히 잃어버린 여름방학을 되찾기 위한 용도의 장난으로 보기엔 갈수록 트릭이 정교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어른들의 걱정과 우려를 무시한 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는 모습은 이해를 넘어 도를 지나친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행동하는 사람들은 일반 성인이 아닌 초등학생이라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런 사건을 일으키는 걸까?

정말 단순히 여름을 되찾기 위해서일까

모두가 궁금한 아이들의 행동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있었다는 걸 오랜 시간 취재를 한 후에야 알 수 있었던 사루와타리는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이 동네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 아파트 주민과 원주민 사이에 알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어른들의 본을 받아 한 교실에서도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그 외의 아이들 간에 패거리가 형성되고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싸움을 거는 모습은 입맛이 씁쓸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아이들이 주는 힌트를 쫓아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밝혀진 이야기는 안타깝고 슬펐지만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역시 우리에게도 익숙한 시리즈인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외 많은 책을 낸 관록의 작가답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능숙하고 세련됐다.

처음은 가볍게 출발해 중간중간 새로운 단서를 주고 그 단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 순조롭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 가독성이 좋았다.

재미도 있었고 울림도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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