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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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 맥베스를 기본적 바탕으로 내세운 만큼 작품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들여다보면 경제 소설이 자 범죄소설이고 그 밑에는 로맨스가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끝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전쟁에서 승리한 후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길의 황야에서 만난 세 마녀의 왕이 예언을 듣고 그로 인해 인생이 비극적으로 뒤바뀐 인물 맥베스

마녀의 예언은 맥베스 자신도 몰랐던 저 밑바닥의 야망과 욕심을 자극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했고 그로 인해 전장에서 함께 싸웠던 동지인 뺑코와도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예언처럼 왕이 됐지만 그날로부터 의심과 불안은 맥베스의 모든 걸 집어삼키고 파국으로 치달아간다.

이 책에서 맥베스 역인 유이치라는 인물 역시 우연히 들른 마카오에서 왕이 되어 여행을 하게 된다는 예언 같은 말을 듣게 되고 그 후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한다.

유이치 역시 맥베스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성과를 내고 개선장군처럼 귀국하는 상황은 같았지만 그에게 내려진 건 승진처럼 보이는 좌천이었다.

하지만 원작의 맥베스와 유이치 사이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차이가 있는데 그건 바로 유이치에게는 어떤 형태의 야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였지만 언제나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던 오래전 친구이자 첫사랑의 상대인 나베시마가 걸린 문제에는 달랐다.

자신에게 느닷없이 떨어진 한 회사의 주식으로 인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와의 연관성을 알게 되고 그 흑막을 쫓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나베시마의 흔적은 늘 평상심을 유지하던 유이치를 흔들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흔적을 쫓다 드디어 발견한 회사와 그녀와의 상관관계는 그녀가 왜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만 했는지를 알려준다.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느긋하게 손놓고 기다릴 수 없게 된 유이치는 자신이 잡아먹히고 그녀처럼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회사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까발리고 원치 않았지만 왕이 되어 자신과 그녀를 위협하는 모든 걸 쓸어버리고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복잡한 흐름은 자칫 잘못하면 전체적인 느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그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세운 회사 즉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비자금을 마련하고 온갖 비리와 탈세를 일삼고는 자신들을 대신할 희생양을 내세워 마치 쓰다 버린 휴지처럼 이용하는 추악한 모습을 고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이치의 모습은 사뭇 힘겨워 보인다.

원치 않았지만 자신과 자신의 곁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왕이 되었던 유이치의 모습에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원작을 닮아있지만 그의 기질 자체가 맥베스와 다르다는 점에서 원작과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비장미가 흐르는 홍콩 누아르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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