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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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뉴스를 볼 때 엄청난 거금이 오가는 비리 사건이나 배임, 횡령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의 신분이나 지위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차이 나는 걸 보면서 일반 시민으로서 느끼는 박탈감이 상당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남의 걸 불법 소유했을 때 그게 아주 적은 금액이거나 사소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죄의 무게가 상당한데 비해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 혹은 기업가들이 불법으로 만지는 금액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이라 하더라도 고작 집행유예로 풀려나가나 최소한의 형량만 판결 받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서의 지위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얼굴을 보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높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밑에서 그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 대리인에서의 유찬은 단지 엉뚱한 시간에 엉뚱한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제까지 범죄 이력이 없고 범죄 동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받는다.

간신히 살인 혐의는 풀렸지만 여전히 마약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증명할 수 없어 어디에서도 취직할 수 없었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앞에 위축되기만 한다.

이 점 역시 요즘 각종 뉴스에 도배되다시피한 상류층이나 고위 인사의 자제들이 벌이는 마약 파티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된 처벌이 없는 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마트 바닥에서 좌절하는 그를 안타깝게 여기던 선배의 주선으로 그의 특기인 자동차를 모는 일 즉 it기업의 사장 수행기사로 취직하게 되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편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수상하다.

전직 수행기사가 어딘지 미심쩍은 죽음을 맞았고 같은 수행기사 중 한 사람이 느닷없이 행적을 감췄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이상한 죽음에도 보도조차 되지 않고 대부분 사고나 자살로 처리되기 일쑤다.

게다가 누군가 의도적으로 건드린 듯한 사장 차의 엔진 이상을 발견하면서 유찬은 더 이상 모른척할 수 없었다.

이렇게 의도치 않았지만 사건의 중심속에 휩쓸려간 유찬은 전임 수행기사의 죽음뿐만 아니라 갑자기 모습을 감춘 수행기사의 행적을 쫓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 즉, 자신이 누명을 쓴 사건에서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또 다른 동창과 계속 부딪치게 된다.

어느 날 대리기사 알바를 하다 우연히 만난 동창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살인 용의자가 되어 한순간에 인생이 뒤바뀌어버린 남자 유찬이 잇따른 죽음의 미스터리를 쫓아가다 자신도 모르는 새 기업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은밀하게 벌어지는 전쟁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대리인은 소재도 흥미룹지만 이야기자체도 탄탄해서 몰입감이 좋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을 하는데도 서슴없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다치고 희생되어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 모습이 요즘의 우리 사회의 한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했다.

이야기 전체가 잘 짜였고 가독성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늘어지는 점이 없어 단순에 읽을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한 점은 색다른 느낌을 줘서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영상으로 만들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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