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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0시의 몸값
교바시 시오리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3월
평점 :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납치범이 돈을 요구했다
여기까지는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범죄의 모습이다.
하지만 납치범이 돈을 피해자의 가족에게서 가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모금을 통해 받고자 한다면...?
이건 이제까지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전대미문 방식의 색다른 범죄유형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단순히 몸값만을 원하는 걸까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귀찮고 번거로운 방법을 통해 돈을 받을 필요가 없을 텐데... 하는 궁금증이 우선 들기 마련이다.
이 책 오전 0시의 몸값에서 범인의 요구 사항이 그렇다.
여대생 혼조 나코는 어떤 일로 변호사에게 상담과 함께 신변보호 요청을 했지만 변호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깜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를 납치한 걸로 보이는 범인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터무니없는 요구를 받는다.
그녀의 몸값을 지불하되 반드시 크라우드 펀드를 통한 국민 모금 방식이어야 하고 시간제한이 걸린 까다로운 요구는 마치 프로젝트의 일부나 게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 크라우드 펀딩 대표회사의 협조를 포함 모두가 하나 되어 그녀의 몸값을 모금하지만 순탄하게 흘러가던 모금이 당연하다는 듯이 의외의 곳에서 뜻밖의 일들이 연속해 벌어지며 방해받는다.
우선 납치된 그녀가 유명인을 부모로 둔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른다.
부유한 부모를 둔 그녀의 몸값을 왜 다른 사람이 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모금운동을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나는가 하면 모두가 나코 구출작전에만 몰두한 사이 어떤 기자는 이 이상한 납치 사건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변호사 고야나기에게 접근해온 기자는 이 사건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흑막이 있음을 내비치며 협조를 부탁해온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사건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누가 봐도 이 납치 사건은 돈을 노린 게 아니라는 게 분명하게 보이는 데 그렇다면 범인이 진짜 목적은 뭘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보다 왜 이런 이상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돈을 받고자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게 더 중요한 이 책은 생각지도 못한 독특한 발상의 전환으로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요즘도 여전히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보이스 피싱 문제라든지 회사의 사활이 걸릴 정도로 중요한 걸 훔쳐내고자 하는 산업 스파이 문제도 같이 엮어서 독자로 하여금 몰입해서 읽게 만들었다.
뒤로 갈수록 속도감 있는 빠른 전개도 그렇고 생각지 못한 의외의 곳에서 서로 연결되게 만든 작가의 의도... 이 모든 것이 어울려 아주 흥미 있는 책이 완성된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