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3.봄호 - 77호
염건령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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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한 권씩 잊을만하면 이렇게 출간되어 미스터리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작품을 소개하는 계간 미스터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 접해봤다.

두껍지 않은 두께에 빼곡하게 들어찬 활자에 놀랐고 새로운 단편 몇몇을 단순히 소개하는 걸로 머무르지 않고 현재 우리 사회에 범죄의 변화에 관한 깊은 고찰이 담긴 내용 등 알찬 내용으로 꽉꽉 채워져있어서 만족감이 높았다.

여기에 소개된 몇몇 단편은 다양한 소재와 미스터리를 접목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그 점이 의외로 신선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특히 신인상 당선작인 설곡 야담은 미스터리에서 흔히 쓰이는 트릭인 밀실에다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공포인 무속신앙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섞어서 매력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단지 단편의 특성상 캐릭터 하나하나의 특징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쉽지만 고립된 산장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은 영상으로 재현하면 더 매력적일 것 같다.

마트료시카와 로드킬 같은 작품은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즉 우리가 아는 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걸 부각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겉으로 봐선 친절하고 상냥한 이웃의 얼굴을 가졌지만 그 사람의 내면은 잔인하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거나 자신의 뜯고 맞지 않는다 싶으면 언제든 얼굴을 바꾸고 심지어 공격할 수 있는 난폭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범인상에 가장 가깝다.

두 작품 모두 처음은 재밌게 시작했단 뒤로 갈수록 너무 진부한 설정으로 흘러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타임캡슐도 그렇고 코로나 시대의 사랑도 그렇고 지극히 오늘에 맞는 소재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사회파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은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고로 언제나 사회적 현상이나 변화의 흐름을 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요즘 가장 많은 뉴스에 등장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부분이 아동학대와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좀체 메워질 수 없는 간격이라 볼 때 두 작품은 참으로 시기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새로운 작품만 실어도 충분히 좋았을 것인데 여기에다 사이사이 당선작에 대한 코멘트가 실리고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건 작품을 읽는 것과 또 다른 재미를 줬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건 맨 처음에 실린 특집기사였다.

인구구조는 어떻게 한 사회의 범죄를 바꾸는가에 대한 글은 요즘 자주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사고와 겹쳐서 상당히 와닿았다.

단순히 아기를 낳지않아서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우리나라 전체가 나이들어 간다는 국가적인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줬다.

특히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노인을 겨냥한 사건사고의 증가와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의 증가, 그리고 개인 간의 소통의 부제와 같이 실질적으로 현재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와 맞물려 한층 몰입해서 읽게 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보물 상자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여름편에선 또 어떤 재밌고 흥미로운 글이 실릴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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