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
리사 엉거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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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자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편할 때가 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절대로 하지 못할 말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는 건 다시 만날 일이 없고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익명성이 주는 자유로움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이 우연히 한곳에서 만나 서로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둘이서 뭔가 공모를 한다는 설정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유명한 작품뿐 만 아니라 일본 미스터리에서도 가끔 나오는 설정이라 익숙하다.

이 책 역시 두 여자가 같은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인 셀레나는 남편과 아이를 돌봐주는 보모의 불륜을 열차에서 처음 만난 여자에게 털어놓는다.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을 털어놓았지만 후련했던 것도 잠시... 이내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로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편에게 보모와의 일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밝힌 직후 자신의 집앞에 차만 남겨둔 채 갑자기 사라져버린 보모로 인해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면서 더욱 그날의 일을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열차에서 만났던 여자는 셀레나에게 문자를 보내고 연락을 취해온다.

그것도 제법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그녀는 셀레나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걸까?

처음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 보이는 관심이라 하기엔 지나친 감이 있다.

당연히 셀레나 역시 그녀의 접근을 순수하게 보지 않고 의심을 하지만 뚜렷한 근거나 증거가 없다.

어쩌면 셀레나의 주변이 이토록 혼란스럽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접근하는 그녀에게 의심의 시선을 돌리고 주의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갑작스러운 보모의 실종으로 인한 경찰의 조사는 그녀로 하여금 평상시의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게 만든다.

이야기의 또 다른 화자인 펄은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엄청난 충격에 빠진 소녀에게 엄마의 전 애인이자 자신에게 친절했던 아저씨는 자신과 같이 떠날 것을 종용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소녀는 매번 장소를 바꾸고 이름을 바꿔 전국을 떠돌며 아빠가 된 아저씨와 함께 외롭지만 돈이 많은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쳐 돈을 뺏는 일로 연명하는 평범하지 않은 범죄자의 삶을 산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두 사람이 어떻게 얽히게 되는지는 사실 어느 정도만 읽어봐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여기까지는 쉽게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녀는 왜 셀레나의 주변을 맴도는 걸까?단순히 돈을 노려서 그렇다고 보기엔 뭔가 석연치않다.

그리고 갑자기 사리진 유모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거나 뭔가 큰일이 벌어진 건 아니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것 같은 분위기만으로 단숨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뿐만 비밀에 둘러싸인 듯한 여자의 행보 역시 흥미롭다.

그녀가 왜 평소의 패턴과 달리 주의사항을 무시하면서까지 이 가족의 주위에서 맴도는지도 궁금하지만 이렇게 쉽게 사람들이 자신들의 곁을 내준다는 사실 역시 놀라웠다.

어쩌면 겉으로는 모두가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족 곁에서 공허와 외로움에 지쳐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한다.그리고 또다른 누군가는 목적을 가지고 그런 사람곁을 맴돈다.

낯선 여인과의 우연한 만남이 불러온 사건들... 너무나 유명한 설정을 살짝 비튼듯한 작품이었지만 어디로 전개될지 모르는 예측불허한 맛이 있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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