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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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유명한 작가 스미노 요루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야기뿐 만 아니라 그 시기의 사람들이 겪는 혼란과 고민에 대해 섬세하고 세심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면 이번 책 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에서는 사랑이 유한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 겪게 되는 첫사랑은 이뤄지기 보다 헤어지는 쪽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유로 첫사랑이란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않는 낙인처럼 찍혀 평생 잊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시에는 죽을 것처럼 괴로워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잊히게 되고 상처 역시 희미해질 수 있는 성장통으로 치부하기 마련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인 카야 역시 주변 상황에 무심하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피하는 스스로 자처해서 아웃사이더의 길을 걷고 있다.

아니 카야의 경우는 학교에서만 이런 모습이 아니라 가족 내에서도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 부적응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그저 지겹기 그지없고 사는 것이 지루할 뿐 아니라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밑바탕에서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자의식이 강하게 깔려있다.

그래서 가족을 포함 주변 사람들과 섞이고 싶은 마음도 없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자신은 특별하니까!

그렇게 자신만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카야에게 낯설지만 특별한 존재가 나타난다.

버려진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낯선 존재는 얼굴을 볼 수도 없고 단지 눈과 손톱 발톱으로 짐작되는 부위만 볼 수 있는... 짐작해보건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임이 분명한 그것은 어느새 카야에게만 보이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특별한 자신에게만 보이는 존재인 그것은 그렇게 카야에게 특별하면서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치카라고 이름 지어준 그것과의 관계로 인해 카야 역시 조금씩 변화되지만 만남이 갑작스러웠던 만큼 이별의 순간 역시 갑자기 찾아왔다.

낯선 세계에서 온 치카를 위해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까지 감행하며 그녀와 자신만의 특별함을 지키고자 했지만 그런 자신의 생각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은 순간 마치 꿈처럼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

문제는 그날 이후부터다.

스스로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치카와의 이별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카야는 겉으로는 이전보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훨씬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더욱더 비관적이 되고 하루하루 더 지루함을 느끼며 생이 끝날 순간만을 기다린다.

마치 세상을 살만큼 산 노인의 그것처럼 그저 모든 것이 권태롭고 시시할 뿐이다.

그리고 가장 나쁜 건 그런 마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사이토에게 큰 고민없이 곁을 허용하고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내버려 둔 것이다.상대의 마음따윈 생각조차 하지않은 채...

마음속으로는 늘 치카를 생각하며 언제나 한 발을 밖으로 뺀 채 연인을 대하는 카야의 모습은 자신의 사랑은 특별하고 자신만이 특별한 사랑을 했으며 그 사랑은 영원하다고 고집하면서 믿는 어린 시절의 모습에서 한 치도 성장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스스로는 그런 자신을 대견스러워한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그때의 강렬했던 마음이 조금씩 희석된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카야의 모습은 고등학교 때의 염세적이고 주변을 향해 건방진 시선을 보낼 때만큼 사랑스럽지 않다.

아니 오히려 밉살스럽기까지 하지만 작가는 이런 카야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되어가는 지를 보여주고자 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자의식이 팽배한 사춘기 시절을 거치고 이런 저런 경험을 통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미처 겪지 못한 채 오랜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는 카야가 사람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때의 그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거야는 그래서 아름다우면서도 왠지 모른 허무함을 느끼게 했다.

사춘기소년의 마음을 섬세하면서도 세심하게 묘사한 작가 특유의 필력이 빛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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