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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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개척 시대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을까 감탄을 한다.

영화에서야 잘 생긴 배우가 조금 힘든 여정 길에 죽을 위험도 겪고 사람을 잃는 슬픔도 겪으면서 어쨌든 원하던 곳으로 가 자신의 땅을 쟁취하는 성공담을 그렸지만 실질적으로 그 시기는 원주민들과 정착민들 사이에서 땅을 두고 목숨을 건 싸움이 빈번했을 만큼 위험 가득한 곳이었다.

이 책은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 만큼 훨씬 더 현실감 있게 당시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을 그리고 있는 데 위험천만한 여정에서도 서로의 영혼을 알아 본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가 더해져 소설이 훨씬 더 감정적이고 풍부하게 느끼게 했다.

스무 살에 남편을 잃고 홀로된 나오미와 그녀의 가족들은 서부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길을 떠났다.

그리고 그 길에서 인디언 엄마와 백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존 라우리를 만나고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하지만 존은 언제나 어디에서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을 알기에 그녀를 멀리하지만 나오미는 당시의 여자들과 달리 순순히 그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사랑을 쟁취하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인데 무엇보다 두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하게 그를 사랑한다 말하는 그녀는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케했고 존이라는 캐릭터 역시 심지가 곧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할 줄 아는 멋진 캐릭터다.

마차에 세간살이를 싣고 말과 노새를 끌며 생각할 수도 없는 긴 거리를 두 발로 걸어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옥의 행군보다 더 심해 중간에서 죽는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언제나 물과 식량이 부족해 청결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에 질병이 도는 건 당연하고 이 들 캠프에서도 콜레라로 몇 명이 죽는 일이 발생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도 행군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그들이 얻고자 한 건 뭐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 캠프의 행군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굶주리고 갈증에 시달리고 수시로 병마와 싸우면서 간신히 안전지대인 요새에 도착하면 휴식을 취하고 몸을 씻고서 가게에 가 필요한 걸 구입하거나 때론 자신이 가진 걸로 서로 물물교환을 해 원하는 걸 얻는다.

우리가 볼 때 너무 당연한 일들이지만 그들은 그런 소소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며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힘을 내 다시 길고 긴 원정길을 나서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데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감정에 동조되어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게 된다.

소설 속에는 나오미와 존 외에도 여러 명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나오미의 엄마와 그녀가 하는 말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람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담긴 말은 너무 아름다워 시처럼 느껴졌다.

그런 엄마의 믿음과 사랑을 받고 자란 나오미가 어떤 일에도 쉽게 굴복하지 않으며 누구의 시선에도 당당하고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백인의 사회에서도 원주민의 사회에서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언제나 겉도는 사람이었던 존이 용감하게 자신에게 부딪혀오는 나오미에게 끝내 굴복해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는 것도 소설의 또 다른 재미였다.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 같은 이야기여서 읽고 난 뒤 여운이 깊게 남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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