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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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를 이어 간장 양조장을 하는 일가의 이야기를 한 소녀의 일생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대나무 숲 양조장 집은 몇 해 전 인상적으로 읽어 기억에 남은 책 눈의 소철나무를 쓴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읽기 전부터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전작에서도 긴 세월 동안 가족 간에 얽힌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비극을 덤덤하게 그렸고 그런 삶에도 피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 이 책에선 그 역할을 맡은 이가 어린 소녀 긴카였다.

긴카는 그림을 잘 그리고 언제나 여행 갔다 돌아올 때면 멋진 선물을 사가지고 오는 아빠를 제일 사랑하지만 아빠에게는 언제나 자신보다 엄마가 우선순위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아빠를 위해서 언제나 제멋대로 손이 나가 남의 것에 손을 대는 버릇이 있는 엄마 때문에 창피하고 못 견뎌하면서도 아빠를 위해 참는 것이 습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울면서 자책하고 사과하는 엄마를 위해 침묵하는 긴카...소녀는 그렇게 일찍 철이 들었다.

하지만 이 단란했던 가족은 어느 날 아빠의 고향 집이 자 간장 양조장을 하는 곳으로 오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우선 엄격하기 그지없는 할머니는 엄마와 긴카를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엄마를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아빠 역시 자신들과 살 때와 달리 하기 싫은 간장 양조장을 맡은 후부터 술을 마시고 바깥으로 겉돌기도 하는 등 하나둘씩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보다 불과 1살 위인 고모라는 존재 역시 긴카와 엄마를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엄마와도 끊임없이 마찰을 빚다 끝내는 말도 없이 집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숨기려고 노력했던 엄마의 나쁜 습관까지 들통나면서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가족 사이의 분열은 끝내 폭발하고 이내 비극이 이 가족을 덮쳐온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가족도 들여다보면 사연 없는 집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양조장 집 사정 역시 온갖 비밀과 사연으로 엮여져 있다.

백 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간장을 만들면서 지켜온 집이지만 그 전통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사랑을 포기해야 했고 또 누군가는 꿈을 포기해야 했다.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어두운 비밀 역시 있다.

가족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며 스스로 이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양조장 일을 맡은 긴카는 도벽이 있는 엄마로 인해 친구하나 사귀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아빠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겪으면서 조금씩 단단해져간다.

긴카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던 할머니와 고모에게 끝내 인정받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과정까지를 작가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내고 있다.

읽으면서 아빠의 좌절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고 할머니의 사연이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긴카가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과정이 감동스러웠다.

읽으면서 우리와 많이 다른 일본의 문화와 관습이 흥미로웠고 작가는 그런 일본의 모습을 그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대를 이어서 전통을 잇는다는 것의 무게 그리고 가족이란 뭘까 하는 의문에 답을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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