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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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게 학교 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그 대상을 찾아 복수한다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 가해지는 학교 폭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수준을 넘어 성인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가혹하고 잔인했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보다 그 강도가 심하면 심했지 더 낮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새 지능화되고 전문 범죄자와 맞먹을 정도로 잔인해진 학교 폭력을 이 책에선 리얼하게 그리고 있어 사실 읽기가 편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그래도 공부하는 학생인데... 친구에게 이 정도까지 한다고?

하는 물렁한 마음이 있다는 걸 요즘의 영악한 아이들은 간파하고 그 마음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고 동생과 떨어져 작은 고모 네에서 살게 된 장페이야는 지금 새로운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상태다.

모범생이었고 전학 온 학교에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는데 반을 장악하는 친구에게 표적이 되어 몸에 멍이 사라질 날이 없다.

문제는 학교뿐 만 아니라 집에서도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질 나쁜 고모에게 온갖 욕을 먹는 것도 그렇지만 언제나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틈날 때마다 신체적 접촉을 해오는 고모부... 보호해 줄 어른의 존재가 없다는 건 이런 일상조차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의미다.

어디에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페이야는 우연히 알게 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촨환에게 마음으로 의지를 하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오래전 그 역시 학교 폭력을 행사하며 또래 친구에게 폭력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그때의 그와 함께 했던 남자의 등장으로 페이야와 촨환은 생각지 못한 위험에 노출된다.

이 책의 전편을 읽었을 때 열린 결말을 보고서 뒤편이 있을 거라 짐작했던 대로 3편의 시리즈로 되어있는 이 쿤룬 삼부작은 각 편마다 살인 집단 J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전편이 다소 가벼운 분위기에 유머 코드를 넣었다면 이번 편에선 웃음기를 완전히 제거했을 뿐 아니라 폭력에 대한 극도의 사실적인 묘사가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아마도 전편을 읽은 독자가 비슷한 느낌일 거라 생각하고 읽는다면 뒤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일 듯...

어쩌면 작가는 그런 점을 노렸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변 일상을 파고드는 온갖 폭력은 어떻게도 미화될 수 없으며 특히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노린 온갖 범죄의 형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건 사람을 재미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그걸 영상으로 올려 공유하기도 하는 미치광이 살인 집단 J와 이 집단의 집단원만 죽이는 또 다른 집단과의 전쟁 아닌 전쟁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그들의 전쟁 속에서 페이야 같은 평범한 소녀가 범죄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 비록 자신이 살기 위해서였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 망설이지 않는 살인기계가 되고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촨환 역시 다시 그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 오래전 그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과정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편에 이어 마지막 편에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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