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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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표지에 쓰인 문구만 보고 좋아하는 장르지만 뻔한 전개를 예상했었다.

남편이 살해당했거나 무슨 비밀이 있어 말없이 사라지는 쪽을 택했을 거라고... 그리고 남편의 사라진 이유에 포커스를 맞춰 전개될 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상했겠지만 작가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안전한 쪽이 아닌 다른 노선을 택했다.

그리고 작가의 그런 선택은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화되고 있다.

다양한 평수가 섞인 아파트에서 22평의 작은 평수 아파트에 아이 둘 포함 네 식구가 전세로 살고 있는 여자 정하

그녀는 지금의 생활에 무력감을 느끼지만 별다른 의욕도 없이 그저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단지 자신의 모든 걸 감시하듯 지켜보는 앞 동의 사모님이라는 존재가 거슬렸을 뿐...

그런 그녀의 일상이 깨진 건 평소와 같이 늦은 귀가를 한 남편이 욕실에서 피가 잔뜩 묻은 옷을 빠는 모습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정하는 무슨 일이 있었냐고 캐묻고 같이 머리를 맞대 의논하는 게 아니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외면한 후 마무리가 어설픈 남편의 뒤처리를 한다.

남편이 걱정되어서라기보다 아이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남편의 범죄가 드러나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감정이 아닌 철저히 이성적인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도 불구하고 출근한 남편이 말없이 사라져버렸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스스로 위험으로부터 도망 쳐버린 걸까?
밤늦게 귀가하면서 피를 묻힌 채 귀가한 남편 그리고 그걸 몰래 지켜보는 아내...

이렇게 보면 긴장감 넘치고 아슬아슬한 긴박감이 넘칠 수 있는 장면을 작가는 모든 감정을 뺀 채 담백하기 그지없는 관찰자적 시선으로 사실만을 서술함으로써 스릴러의 최대 강점을 스스로 배제시키고 있다.

어쩌면 그런 한 톤 다운시킨 전개는 가족들 각자가 품은 비밀을 더욱 은밀하면서도 비밀스럽게 비쳐주기 위한 계산이였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서 당사자임에도 관찰자적 시선으로 냉정하면서도 빠른 판단을 한 후 실행에 옮기는데 한치의 주저함을 보이지 않는 정하는 분명 사리판단이 빠른 영리한 여자였고 그녀가 다닌 대학이 남편과 같다는 점에서 공부 역시 잘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혼을 결정하는 데에는 왜 하필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됨됨이도 시원찮은 남자를 선택해서 스스로의 삶을 시궁창으로 던졌을까 하는 게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의문이었다.

또 다른 의문이었던 앞 동 여자... 그녀는 왜 정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지켜봤을까...?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맞춰지면서 전체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 배니시드

읽으면서 영화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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