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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평점 :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인연으로 여러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한다.
만약 그 사람과의 인연이 좋은 쪽이면 좋겠지만 고의든 아니든 안 좋은 쪽으로 연을 맺게 되면 그걸 우리는 악연이라고 하고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인연으로 기억하게 된다.
게다가 모든 사람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은 자신이기에 자신에게 어떠한 해를 입힌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기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잊어버릴 수 있는 사소한 마찰도 당한 내 입장에선 억울하거나 그걸로 인해 2차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 기억은 오래갈 수밖에 없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이 책 악연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있었던 일이 어느 날 도미노가 되어 여러 사람의 일상이 무너진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돌은 아이돌이지만 지상파방송에 출연하거나 정규 앨범을 내지 않지만 소극장 같은 곳에서 꾸준히 노래하며 아이돌 활동을 하는 걸 지하 아이돌이라 칭한다.
그리고 그런 지하 아이돌 멤버 중 한 사람이 공원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꾸준히 누군가에 의한 스토킹으로 피해를 보고 있었고 그 스토커를 피해 낯선 곳으로 이사 온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살해당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 스토커가 어떻게 새로 이사한 곳까지 알 수 있었을까?
시청 공무원인 유미는 어느 날 자신이 당번인 점심시간에 한 통의 찜찜한 전화를 받는다.
그 사람은 이런저런 유도신문을 하면서 한 사람의 주소를 집요하게 물었었고 그가 알고 싶어 했던 사람이 바로 살해된 히토미였다.
유미는 주소를 알려 주진 않았지만 작은 틈을 보였던 사실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불안에 시달리다 결국 그녀가 그날 그 전화를 받은 당사자였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모든 사람들의 질타가 쏟아진다.
마치 그녀 역시 범인과 공범인 것처럼...
3년이 지난 지금 그 모든 것들을 기억에서 지우고 있던 그녀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진다.
그날 그녀가 무심코 받았던 그 전화...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린 그 전화가 과연 우연이었을까?
히토미의 팬이었던 남자 호시야는 유미가 일하는 곳으로 당시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자신과 같이 히토미의 팬이었던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그 사건을 새롭게 검증하자고 제안하면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게다가 그때 당시 검거되었던 범인은 집안에서 발견된 범죄 증거물에도 불구하고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그 전화가 만약 처음부터 누군가가 유미를 노리고 건 전화였다면... 이 사건은 어쩌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는 익숙한 스토킹 범죄와 개인정보 유출에 관련된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해놓고 사실은 또 다른 진실이 숨겨져있었던 악연은 일본 소설답게 가독성 있게 전개되고 중간에 늘어짐이 없이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게다가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 전제를 약간만 비틀어도 사건 전체의 양상이 달라지는 과정을 보는 것 역시 흥미로워서 과연 이 사건의 끝에는 뭐가 기다릴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했다.
원죄가 죄의 인과성이라는 데 유미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많지만 피해 당사자에게는 그 사소한 일이 모든 걸 바꿔놓은 원인이었기에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하나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몰입감 좋고 가독성 좋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