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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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모르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만큼 설레고 기분 좋게 하는 일이 있을까

하지만 비용적인 면을 제외하고서도 선뜻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결정짓기 힘든 건 치안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걸 많은 여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래도 꼭 가고 싶다면 같이 갈 친구와 함께 하거나 혹은 연인과의 여행을 많이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만약 외국의 낯선 곳에서 범죄에 휘말렸다면...?

이 책은 그럴 경우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전개를 보이고 있다.

칠레를 여행하던 두 친구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여행 마지막 날 한 남자와 만나게 되고 그 남자와 단둘이 방으로 갔던 크리스틴은 그만 우발적으로 그 남자를 살해하고 만다.

여기서 두 사람은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한다.

신고를 하기 보다 은폐를 선택한 것인데 이 두 사람이 이런 선택을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 두 사람이 처음 본 남자와 일탈을 즐기려다 되레 폭행을 당하고 이를 막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살인을 저지른 전력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상황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맞게 된 두 사람은 처음과 같이 이번에도 신고보다 살인사건을 숨기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고 이 결정은 10년 이상이나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의 관계가 바뀌는 계기가 된다.

처음 그런 일이 있었을 때의 피해자는 에밀리였고 크리스틴의 도움으로 죽을뻔한 위기를 모면한 건 물론 남자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크리스틴의 절대적인 도움 덕분에 그 사건은 아무도 모르게 묻혔을 뿐 아니라 그 여행 이후 계속되는 악몽과 불안 증상에 시달리는 에밀리를 위로하고 보듬어준 것 역시 크리스틴이었다.

겨우 그 악몽에서 벗어난 여행길에서 또다시 그때의 악몽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에 겁을 먹은 에밀리지만 자신을 위해 남자를 처리해 주고 시신까지 처리해 준 크리스틴을 위해 이번에는 자신이 나서서 시신을 처리하고 크리스틴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앞장서서 모든 걸 처리했지만 그날 이후 모든 악몽은 다시 되살아나 그녀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런 에밀리의 눈에 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크리스틴의 의외의 모습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관계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크리스틴은 왜 아무렇지 않은 걸까? 그녀는 왜 둘 만 있을 때조차 그때의 일을 입에 올리는 걸 싫어할까?

왜 자신의 새로운 남자친구와의 시간을 번번이 방해하는 걸까

매사에 소심하고 불안증이 있는 에밀리... 이에 반해 크리스틴은 적극적이고 대범하며 리더십이 있어 서로 보완하는 관계였던 두 사람은 어쩌면 살인사건이라는 우발적인 범죄에 휩쓸리지 않았더라면 이 상태대로 계속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첫 번째 살인사건뿐이었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만큼 견고했을 것이었으나 연이어 두 번째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건 달라지기 시작한다.

똑같은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 상황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이 책에서 가장 긴장감이 느껴지는 건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두 사람이 시신을 처리했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완전범죄에 가까운 일을 저지른 후 일상으로 돌아와서부터다.

두 번이나 다른 사람을 살해했으면서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나 태연할 뿐 아니라 약간의 두려움이나 죄책감조차 보이지 않는 크리스틴의 행동을 보면서 에밀리가 느꼈던 이질감은 점점 더 두려움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과 의심이 커져 마침내 확신으로 굳어가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진실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처음과 다른 시각으로 본 이후에는 그때까지 몰랐던 사실들이 드러난다.

완전범죄를 저지를 만큼 서로에게 친밀했던 두 사람 사이가 또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틈이 생기고 그 작은 의심이 서서히 커져가면서 긴장감이 조금씩 높아지는 과정에서의 에밀리의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는 서서히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살인사건보다 그 이후 서서히 집착과 의심으로 변질되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하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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