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형제의 숲
알렉스 슐만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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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인 세 형제가 모여 엄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24시간을 함께 한다.

그리고 그런 형제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형식으로 보여주는 세 형제의 숲은 스웨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 35개국에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감동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어린 시절 언제나 함께 했던 그곳... 숲속에 있는 별장을 비롯해 그곳을 둘러싼 숲을 참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 곳에서 여름이면 늘 가족이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우애가 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은 서로에게 주먹질을 하면서 싸운다.

왜 엄마의 유골함을 안은 채 서로에게 욕을 하고 주먹질까지 해야만 했던 걸까?

그리고 두 사람이 그렇게 주먹질을 하고 싸우는데 남은 사람은 왜 말리지 않고 방관자처럼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은 이내 세 형제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가면서 서서히 깨닫게 된다.

언제나 집이 아닌 다른 곳을 보며 함께 하는 걸 거부하는 듯한 모습의 큰 형 닐스, 엉뚱한 행동을 잘 하고 사고뭉치이지만 둘째 형을 따르는 막내 피에르 그리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리와 일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한발 떨어져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모두를 바라보는 베냐민

이렇게 세 형제는 같이 자랐지만 성향이나 성격은 전혀 달랐고 그런 세 형제의 부모는 늘 술을 마시고 조금은 방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엄마는 늘 화가 난 듯 보이고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세 형제보다 강아지 몰리에게 더 큰 애정을 보여주고 있고 아빠는 평상시에는 친절하고 아이들에게 애정을 보이는 듯하지만 술을 마시면 감정 기복이 심해 폭력적인 모습마저 보인다.

아직 어린 세 아들들에게 보이는 부모의 무관심은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이를테면 심심해하는 어린 피에르를 보고 부모로서 함께 놀아주기 보다 다른 아이들을 불러 호수 깊은 곳에 있는 부표까지 내기를 시킨 후 아이들의 상태를 지켜보지 않은 채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아이들은 수영으로 그곳까지 가다 중간에 지쳐 위험했지만 아이들의 위험 신호를 보고 그들을 구출해 줄 부모는 이미 자리를 뜬 뒤... 결국 세 형제는 서로 의지해서 그곳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부모의 방관 내지 무관심으로 아이들은 방치되어 있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세 형제들은 서로 간에 우애도 깊었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별장에서의 날들을 보낸다.

그런 그들에게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언제나 궁금했지만 출입 금지라 들어갈 수 없었던 전기 배전반의 문이 열려 있던 그날 형과 동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냐민은 그 안으로 들어가 궁금증을 해결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기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이 집안에서는 서서히 뭔가가 변해가기 시작했다.

집안은 청소하지 않은 상태로 더럽혀져있고 개수대에는 설거지하지 않은 접시가 쌓여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씻지 않은 채 학교에 가서 선생님으로부터 냄새가 난다는 걱정을 듣는다.

비록 술을 마시지만 아이들은 늘 깨끗한 옷을 입고 식사는 항상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갑작스러운 집안의 변화는 무엇 때문일까?

페이지가 뒤로 갈수록 가족의 사이는 점점 더 소원해지고 서로 멀어져만 간다.

언젠가부터 부부는 각방을 쓰기 시작했고... 형제들도 눈을 맞추지도 대화를 하지도 않는다.

그들을 변하게 한 건 뭘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 즈음 드러나는 진실은 생각지도 못한 거라서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그제야 이 가족에게 생긴 변화가 단숨에 이해가 됐다.

아름답고 목가적인 자연에서 벌어진 비극은 끝내 가족을 삼켰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세 형제는 다시 모일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처음에 한 주먹질의 의미는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서로 먼 거리를 돌아 진실을 마주하고 화해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온 세 형제의 숲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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