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와 마고의 백 년
매리언 크로닌 지음, 조경실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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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가족이 아닌 이상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66살이라는 나이차의 두 사람이 그것도 시한부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고 그냥 눈물을 좀 흘리게 하는 여느 평범한 힐링 소설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 생각은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조금씩 사라졌고 마지막에 가서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기적을 바라고 또 바라게 되었다.

그렇다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답게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뽑기 위한 이런저런 장치를 둔 게 아니라 오히려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감동과 함께 마음 한편을 찌르르 울리게 한다.

시한부 병실의 환자인 열일곱 살 레니는 자신이 왜 죽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병원 내 성당을 찾아 신부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신부님 역시 레니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병실에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질문을 던지는 레니의 눈에 쓰레기통을 뒤져 뭔가를 찾고 있는 듯한 한 노부인이 들어오고 자신도 모르는 새 그녀가 들키지 않도록 도움을 주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 만나게 되고 또다시 해후한 건 미술실에서였다.

또래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법을 모르는 레니지만 할머니인 마고와는 금세 친하게 되었고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100살이라는 데 기안해서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100장의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일명 백 년 프로젝트

그렇게 그림을 매개로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버지를 보고 자란 마고는 자신을 사랑해 주겠다는 남자 조니를 믿고 결혼하지만 행복했던 것도 잠시 소중했던 아이를 잃으면서 조니는 떠나고 결혼생활마저 파투 난다.

그렇게 떠나버린 조니를 찾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향한 런던의 경찰서에서 헤매는 그녀에게 다가와 마고가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의문을 던지는 미나를 만나게 된다.

자유분방하고 스스로의 삶을 사는데 거침없는 미나의 조언대로 소심했던 마고는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녀와 동고동락하게 되면서 조금씩 아이를 잃은 슬픔도 떨쳐버린다.

레니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어릴 적 언제나 멍하니 모든 것을 놔버린 채 텅 빈 눈을 하고 있던 엄마와 그런 엄마의 곁에서 자신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는 아빠를 둔 레니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도 없었고 소속감 역시 가질 수 없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소녀였다.

단 한 번도 어딘가에서 제대로 된 애정을 마음껏 받아보지 못한 소녀 레니는 마고와 함께 하게 된 백 년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하는 즐거움과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마고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조금씩 죽어간다는 슬픈 공통점도 있었기에 더욱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몰랐지만 마고 외에도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인 신입 간호사, 아서 신부님, 미술 선생님, 보호사 등으로부터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었다는 걸 깨닫으면서 생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마고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죽는다는 게 반드시 무서운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되는 레니

마고 역시 자신의 손녀 같은 레니와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고 그녀를 통해 자신의 일생을 추억할 수 있어 행복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레니와 마고의 백 년은 그저 그런 힐링 소설이 아니었다.

평범한 두 사람의 삶의 여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고 치료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있는... 오랫동안 기억에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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