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했던 작가 중에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과작을 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특이한 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극도로 꺼려 사진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는 걸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좀머 씨 이야기가 자전적 소설이라고들 하는 데... 작가 중에는 그렇게 대중 앞에 나서는 걸 극도로 꺼리는 은둔형인 사람이 제법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헬레나 로스라는 유명 작가 역시 그런 성향의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극도로 예민하고 모든 것에 절대적인 규칙이 있어 그게 깨지는 걸 못 참야 하는 신경질적인 사람

머릿속에는 자신이 쓴 글의 다음 챕터로 가득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

그럼에도 나오는 작품마다 대중의 인기를 끌어 돈은 흘러넘치도록 많지만 주변에 마음을 터놓고 친밀하게 여기는 친구조차 없는 외톨이...

소설 속의 로맨스 대작가인 헬레나 로스가 바로 그런 여자였고 이제 그녀는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소설을 집필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번에 마지막으로 집필할 그녀의 소설은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남편, 완벽한 아내, 그리고 완벽한 가족의 새빨간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이자 죽음을 앞둔 그녀가 반드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글이었다.

사실 그녀는 말기 암으로 인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헬레나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소설을 대신해서 계약하고 마케팅도 담당해 주는 대리인인 케이트에게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신의 몸 상태로는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대리 집필해 줄 작가를 꼭 집어 말한다.

그녀가 원하는 대리 작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작가였다.

누구나 알고 있고 지금 제일 잘나가는 로맨스 소설 작가이자 헬레나와는 서로 이메일로 작품에 대해 혹평을 주고받는 작가에게 자신의 대리 집필을 맡기고자 하는 헬레나의 의도대로 상대방에서도 그녀의 요구에 응답해오고 그 사람이 헬레나의 집을 방문한 날 그 사람을 맞은 건 모든 것이 텅 빈 듯한 집이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커다랗고 공허한... 크기만 큰 집은 어쩌면 헬레나의 상태를 암시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유명 작가가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써왔던 허구의 소설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대리 작가를 구하고 그 사람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 즉... 자신과 자신의 남편이었던 사이먼과의 거짓말에 관한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리 집필 작가는 몰랐지만 그녀는 남편 사이먼의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걸 밝히고 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된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들려주지 않는다.

대부분 이 부분에서 사이먼에게 또 다른 누군가가 생긴 경우 즉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한 배신감으로 그 사람을 살해했고 남은 배우자가 그 진실을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소설이 가독성 있게 쓰인 것과는 별개는 소재로는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스릴러 소설로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의 종반까지 가면서도 계속 소설의 집필에 관해 서로 다른 입장 차를 보였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고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에 관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쓰여있다는 점도 이 책이 여느 스릴러 소설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별다른 사건이나 사이먼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부분만 제외하면 의미 있는 듯한 복선도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가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가 하면 의외로 두 사람의 케미가 상당히 좋아서 그건 그것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진실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며 이제까지 조금씩 긴장감을 높여오던 걸 끝에 가서 확 터트리는 작가의 작전은 성공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듯하면서도 곳곳에 보이는 헬레나의 과도한 듯한 예민함과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무례함은 조금씩 긴장감을 높이게 하고 딸아이를 상대로 보였던 그녀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그녀의 남편 살해조차 뭔가 수상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휘몰아치는 듯한 마지막이 전체의 잔잔함과 대조되어 더 강한 인상으로 남을 책...단지 제목은 좀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