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연간의 격정 2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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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존재라 하는 천자의 몸으로 한나라를 십수 년 통치하면서 신하들과 백성들 모두에게 인정받았던 황제가 우연히 마주친 한 사람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격정을 느끼고 질투에 밤을 설치며 고통받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화평연간의 격정

설명만 보면 여느 로맨스 소설과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여기서 황제가 사랑에 빠진 상대는 이성이 아닌 동성이다.

그것도 자신의 아들 연배의 젊은 미청년

게다가 그토록 존귀한 존재이자 천하를 내려다보는 카리스마의 천자가 상대에게 자신의 지아비가 되어달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이 책은 평범을 거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황제 조융이 자신의 뜻에 따라 상대방인 유가경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를 밀원에 가둬놓고 자신의 사랑을 강요하다 결국엔 가경이 그를 받아들이고 연민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게 1편이라면 2편에서 본격적으로 후계자 선정으로 인한 추신과의 대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책에는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의 사랑과 질투 그리고 원망과 증오가 얽혀있고 그중 한 사람이 바로 환관이자 조융의 정치적 동반자이며 아비와 같은 추신이다.

한 번도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에 본 적 없었던 추신의 눈에는 자신과 비슷하다 생각했던 조융의 갑작스러운 열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나라에 큰 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오히려 뒤에서 그의 사랑을 도와준다.

하지만 그런 추신도 간과한 게 있었는데 조융은 유가경을 잠시 잠깐의 연정이 아닌 그와 모든 걸 내려놓고 단둘이서만 평범한 부부처럼 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추신을 비롯해 모두가 당연하다 생각했던 영왕이 아닌 아무도 생각지 못한 숙왕을 후계자로 점찍고 그를 단련시킨다.

이로 인해 조융과 한몸같았던 추신과의 사이는 조금씩 벌어지다 결국 그 틈새가 점점 벌어져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건 추신이 유일한 황제라 믿었던 조융이 가경과 함께 하는 삶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을 결심을 하고 몰래 계략을 짜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다.

황제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추신과 함께 하게 위해 황제가 되었고 황위에 오른 이상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을 뿐... 단 한 번도 그 모든 것이 기꺼웠던 적은 없었던 융의 일탈은 어쩌면 시기의 문제였을 뿐 당연한 결과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상대가 이성이 아닌 동성인 가경이었을 뿐....

하지만 생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랑은 그의 몸과 마음 모두를 활활 태우다시피 할 만큼 격정적이었고 그의 곁에서 모든 걸 같이 하고 함께 했던 추신의 입장에선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는 황제의 사랑은 배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둘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길지 않은 분량이라 늘어지지 않는 점이 좋았고 조융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묘사나 추신이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 같은 게 좋았지만...

로맨스 소설로 보기엔 가경과 조융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고 정치 드라마로 보기엔 그 치밀함이 부족한듯 느껴져 다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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