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는 읽지 말 것
이 한 문장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책이자 역시 괴담에는 미쓰다 신조 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 책이다.
신조의 다른 괴담 책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신조는 작가이자 극 중에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 괴담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게 아닌 누군가에게서 듣고 그걸 독자들에게 소설로 전하는 전달자로서 출연한다.
그리고 연작 형식으로 쓰인 것도 비슷하지만 전혀 상관없는 듯한 괴담들이 마지막에 가서야 서로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또 다른 괴담이 나와 이제까지의 판도를 살짝 뒤집는다.
결정적으로 신조의 괴담이 인기 있는 이유에는 수많은 괴담을 작가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썼다면 리얼리티가 떨어져 누구도 현실과 혼동하지 않았을 건데 대부분의 괴담을 작가 본인 체험이 아닌 직접 체험한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형식이라 진짜인지 완전한 허구인지 헷갈리게 한다는 것... 그래서 괴담이 마냥 허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것까지도 미쓰다월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책은 다섯 개의 괴담으로 쓰여있는데 첫 번째 괴담인 은거의 집은 어릴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한 집에 혼자 남겨졌던 소년의 경험담이었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봐도 결계를 친 게 분명한 집에서 절대로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누가 말을 걸어도 모른척해야 하며 진짜 이름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등 수많은 금기와 금지로 소년을 속박한다.
하지만 일곱 살의 소년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그 금지는 어차피 지켜지기 힘든 것이었고 이후 소년이 경험한 일은 필연적인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면 왜 소년의 누나나 여동생은 상관없고 오로지 소년에게만 이런 과제가 필요했던 걸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두 번째 예고화와 모 시설의 야간 경비는 누가 봐도 단순하지만 무서운 괴담임에 틀림없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마음속에 염원을 담아 그림으로 그리면 그림 속 사람은 화를 겪는데 그 화를 겪는 게 아이가 그린 그림과 같은 방식이라는 점을 발견한 선생님.
이 아이의 그림을 눈여겨보면 볼수록 그 짐작은 맞아떨어진다.
이번엔 그 사실을 점점 두려워하게 된 선생님에게 하나둘씩 사건이 벌어지는 데... 이 모든 건 아이가 자신이 한 짓을 눈치챈 선생님을 제거하기 위해서일까
도심의 건물이 아닌 넓은 공터나 외진 곳의 경비 그것도 야간 경비를 선다는 건 어느 정도 담력을 필요로 한다.
깜깜한 곳에 혼자서 경비를 서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어디서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게다가 그곳은 수상하기 그지없는 종교단체가 있는 곳이라는 걸 살짝 밑밥처럼 깔아두었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무섭긴 하지만 다소 평범한 소재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무서운 건 역시 부르러 오는 것과 우중 괴담이 아닐까
둘은 서로 다른 에피소드지만 누군가가 집으로 찾아온다는 점은 비슷하다.
거기다 찾아와서 부르는 존재가 사람이 아닌 마물... 그것도 내 가족에게 해를 끼치려는 목적을 가진 악한 기운을 가진 그 무엇의 존재였다면...
전체적으로 괴담 하나하나가 무서우면서도 재밌었고 마지막에서 별개의 이야기인듯했던 괴담을 연결한 듯한 문장 하나로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버린 작가
역시 괴담엔 미쓰다 신조!! 라는 걸 다시 확인 시켜준 책